땀의 축복속 체육관은 형체를 드러내고…
【필리핀 바콜로드=유재우 기자】
7000여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 나라. 포르투갈의 탐험가이자 신부인 마젤란에 의해 세계에 알려진 필리핀. 2005년 겨울, 정반대의 기후상황을 띄고 있는 그곳에서 더 밝고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국 청소년들의 사랑나눔이 펼쳐졌다.
2월 14∼24일 (재)한국천주교살레시오회(관구장=황명덕 신부)와 (사)국제청소년지원단(단장=이명천 교수)이 공동주관한 「제3세계 청소년 돕기」 봉사활동 길에 동행, 취재했다.
2월 14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가 3시간30여분 만에 국제청소년지원단 일행을 내려준 곳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공항문을 나서자 11일간의 험난한 일정을 예고하는 듯한 강렬한 태양이 이들을 맞는다.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갈아탄 후 도착한 곳은 필리핀 최대의 설탕생산지인 바콜로드시. 이들의 목적지인 맘부칼 무르시아에 위치한 「돈보스코 피정의 집」까지 가기 위해선 1시간여를 더 가야한다. 군용 지프를 변형시킨, 화려하고 독특한 대중교통수단인 지프니(JEEPNEY)를 타고 갑작스런 폭우로 더욱 엉망이 된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을 2시간여 남짓 달려 도착한 「돈보스코 피정의 집」.
멀고도 험한 여정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한 지원단을 피정의 집 펠릭스(Felix Furlan) 원장 신부가 환한 웃음으로 맞는다. 펠릭스 신부는 『오늘 내리는 비는 약 두달여 만에 내리는 비』라며 『하느님이 여러분의 방문을 축복해주시는 비가 틀림없다』는 말로 지원단의 지친 심신을 말끔히 씻어준다.
『오늘 내린 비처럼 이곳에 축복을 주는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신의 각오를 다짐하며 잠자리에 드는 청소년들. 필리핀에서의 첫날밤은 그렇게 조용히 저물어갔다.
드디어 작업이 시작되는 날.
『앞으로 펼쳐질 작업 일정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나눔으로써 현지 주민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합시다』
지원단을 이끄는 살레시오회 김상윤 신부는 작업전 미사를 통해 필리핀에서의 작업 수칙을 이렇게 강조했다.
오전 9시 작업이 시작됐다. 이들에게 맡겨진 임무는 체육관 건설에 필요한 철근 페인트칠 작업, 담장 작업, 골조작업. 총 3개조로 나뉜 지원단은 파이팅을 외치며 각자 맡은 작업을 시작한다.
체육관 건설에 기본이 되는 철근 페인트칠 작업은 언뜻보면 쉬워보이지만 그늘하나 없는 벌판, 30도가 넘는 찌는듯한 더위에서 하기엔 녹록치 않은 일이다. 정민혜(프란체스카.18)양은 『내가 칠한 철근이 체육관의 골조를 이루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싶다』며 손놀림을 재촉한다.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한쪽 켠에는 땅을 판 후 벽돌을 쌓아 담장을 세우는 작업팀이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벽돌을 쌓기 전에 삽으로 땅을 파야하는데, 평소 이런일을 해본적이 없는 중학생들은 연신 거친 숨을 내쉬며 힘들어한다. 그럭저럭 삽질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이미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었다. 문용찬(다니엘.15)군은 『처음에는 짜증이 났지만 익숙해지니 봉사의 기쁨을 느낄수 있게 됐다』며 『땅을 빨리 파서 담장을 세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말했다.
같은시간, 이명지(노엘.16)군은 골조공사를 위해 2층 높이의 나무 외벽에 올라가 현지인의 설명을 들으며 얇은 철사로 나무와 나무사이를 조이고 있다. 불안해보이지만 작은 불안함이 현지인에게 편안한 휴식처가 된다는 생각을 하니 철사를 조이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물 한모금 쉽게 못마시고 몸에서 땀냄새가 진동한지 4일째지만 누구하나 개의치 않는다.
어느덧 2월 24일. 11일간의 일정은 지원단에게 너무나 짧은 시간이였다. 완공을 보고 가지 못하는 체육관의 외형에 지원단의 눈길이 고정돼있다. 어느새 현지인의 노력과 지원단의 도움이 상승효과를 내 체육관의 외벽 골조는 거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다음에 올땐 완공된 체육관에서 만나자』며 악수를 청하는 현지인들. 지원단 일행이 다시오는 그날은 필리핀을 비롯한 지구촌에 하느님의 사랑 나눔이 결실을 맺는 날이 될 것이다.
※후원계좌=국민은행 758401-04 -006021(한국천주교 살레시오회)
■체육관 건설 책임 레이 신부
"지원단 노력에 깊은 감명받아"
『하느님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방문한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체육관의 기초를 놓고 있는 상황에서 여러분들의 힘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돈보스코 피정의 집 체육관 건설 책임자 레이(Reynaldo G. Garcia) 신부. 레이 신부는 열의에 가득찬 국제청소년지원단의 활동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현재 바콜로드교구 돈보스코 피정의 집에는 총 4명의 사제가 거주하며 교구 사목을 전담하고 있다. 그중 레이 신부는 최근 거의 완공을 끝낸 돈보스코 성당을 비롯 체육관 건설에 총 책임을 맡고 있다.
현지인들이 열흘이 걸리는 담장공사를 이틀만에 해내는 지원단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랬다는 레이 신부는 『남녀 구별없이 모든일에 적극적인 지원단의 노력 덕분에 체육관 완공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 신부는 이어 『필리핀의 청소년들은 어느정도 나이가 되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도 못가고 직업 전선에 뛰어든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청소년들의 사랑 나눔은 바콜로드교구 신자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이 신부는 앞으로도 할 일이 너무나 많다. 돈보스코 성당 건설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해 사순시기가 끝난 후 착공 기념 미사 및 축제를 해야하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같은 시기에 체육관 건설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레이 신부는 『지원단의 복음의 씨앗을 소중히 키워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체육관 건설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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