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할머니!』
『야-아』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입술과 얼굴표정으로 대답을 하는 어르신의 표정이 밝다. 『할머니는 누구세요?』 『소피아 할메지! 하하하…』
호탕한 웃음으로 당신이 어렵게 교리를 끝내고 새로 받은 이름으로 불리고 대답하신게 기뻐서 환하게 웃으시는 어르신! 이제는 성호경도 제법 잘 그으신다.
오후시간에는 구교우 신자들의 옛날 기도문과 신영세자들의 요즘 기도문이 자주 충돌(?)을 하기도 하지만 매일 어르신들이 빙 둘러앉아 묵주기도를 드리는 시간은 참 아름답고 숭고하다. 작년12월에 22명의 어르신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탄생하여 이제는 기도 멤버가 꽤 많아졌다. 이번 3월부터는 19명의 어르신이 예비자 교리를 시작할 예정이다.
얼굴이 익어지고 어느 정도 「정」이라는 특효약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하면 『하느님 공부 좀 해보실래요?』 이렇게 교리 받을 의사를 물어본다.
평소에는 의사표시가 거의 없는 어르신들인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종교 선택은 「원한다」 「원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확실하다. 그래서 상태가 많이 좋지 않거나 위급한 어르신들은 대세를 드리지만 그 나머지는 교리를 배워서 세례성사를 받게 된다.
성호경 하나를 배우는데도 많은 반복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모두가 열심이다. 간혹 처음부터 끝날 때 까지 조는 어르신도 있고, 달래고 어루만져야 하는 예비신자도 있다. 교리일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 면담시간을 통하여 세례명을 정한다. 여러 세례명이 큼직하게 쓰여지고 성인들의 설명을 간단하게 하면 세례명도 당신들이 손수 선택하신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세례명이 「마리아」이다. 세례식은 미사와 더불어 어르신들이 모인 홀에서 함께 거행한다. 세례를 받는 어르신도, 함께 참여하는 어르신도 모두 경건하고 엄숙하다. 올해는 결정적으로 어르신들 몇분이 졸면서 세례를 받으셨는데 이건 순전히 하느님 빽(?)을 믿는 신부님의 너그러운 사랑과 수녀님들의 합작품이다. 또한 세례식 때 감격하여 계속 우시는 어르신들을 뵈며 그 삶이 엮어진 자리에 하느님의 자비가 함께한 흔적을 보면서 우리도 마음에 뜨거운 감동을 받는다.
많은 노인에게는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친구처럼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어르신들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새로운 탄생을 맞아 「시작」이라는 희망의 길을 걷고 있다.
이렇게 햇빛마을에도 성령의 빛 속에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진 작은 교회공동체가 살아가고 있다. 24시간 수발과 신앙적 도움이 필요한 이 교회공동체가 하느님 뜻안에서 계속 자라도록 지역교회 신자들의 손길이 함께 할 수 있기를 갈망하며, 오늘도 그리스도의 사랑의 향기를 나누어 줄 봉사자와 후원자들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김정숙 수녀 〈포항 성모자애원 햇빛마을〉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