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그리스도인의 생명”
세상과 인류 위한 성령의 활동 방식
교회.세상.인간적 생명의 기초돼야
기(氣)는 중국철학에서 쉽게 정의되지 않는 매우 복잡한 개념이다. 기 개념은 대략 3000년전 중국철학과 때를 같이하여 생성되었으며, 철학적인 개념으로 논의되기 이전에 벌써 민중의 일상 속에 살아 있었다.
대중적인 쓰임 안에서 기는 구름을 의미하였음으로 위대한 자연의 한 형상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의 원초적인 이미지들로는 공기, 입김, 숨, 생명의 숨결, 에너지, 내면적이고 심리학적인 힘, 생명의 힘, 전 우주와 만물을 뒤섞고 최종적인 일치에로 중재하는 역동적이고 근원적인 힘 등이 있다.
이러한 개념으로서의 기는 오늘날에도 중국의(또는 한국과 일본의) 일상생활에서 의학(특히 침술), 예술, 철학, 학문, 마술, 무술(태극권 등), 건축, 도시계획 등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근래에는 무엇보다 건강상의 회복과 일반적인 안녕을 목표로하는 기운동이 유행이다.
이처럼 기는 중국 철학에서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생명과 운동 변화를 위한 하나의 중요한 열쇠이다. 일찍부터 사람들은 모든 중요한 의문들을 기로써 해명하고자 했다.
기는 기초존재로서 현상 세계의 물질.인간.정신의 존재를 위한, 심지어 영적인 실체의 존재를 위한 해답이어야 했다. 근본적으로 기는 자신 안에 있는 어떤 초인간적인 것, 그리고 자신 밖에 있는 어떤 초세계적인 것을 느끼는 인간을 위한 하나의 해답이다.
철학적으로 보아서 기는 우선 첫째로 생명력이니, 우주적인 삶의 힘이기도 하고 인간적인 삶의 힘이기도 하다. 나아가서 기는 학문적으로만이 아니고 민중의 삶 속에 고정되어 있다. 이렇게 기는 민중의 의식속에서 무엇보다도 인간과 세상을 위한 신적인 힘으로 중요하다.
기와 성령과의 관계
성령은 우선적으로 하느님의 힘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신적인 힘으로 나타난다. 성령은 교회의 삶과 그리스도인의 삶을 위한 힘을 주신다. 성령은 무엇보다도 우리를 위한,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신적인 삶의 힘이다. 그분은 하느님으로부터 우리에게 주어졌고 우리 생명을 위해서 항상 활동하고 계신다. 그분은 벌써 우리 안에 계신다.
하지만 그분은 항상 새로이 우리에게 오신다. 그분은 그리스도인 안에 머무시고 그들을 통하여 활동하심으로써 그들을 하느님과 결합시켜 주신다.
성령 없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생명은 불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령 자신이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위한 영만이 아니라 온 세상과 온 인류를 위한 영이시기도 하며, 세상과 인간 안에서의 생명의 원리로 활동하는 분이시다.
또한 중국 철학 개념인 「기」도 특히 세상과 인류를 위한 생명의 힘이라는 점에서 유사점을 지닌다. 이렇게 볼 때 기 관념은 성령의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신적인 힘으로서의) 기는 세상과 인류를 위한 성령의 한 활동 방식이다. 비교적으로 확언되는 것은, 성령은 인간 안에서의 하느님의 힘으로, 기는 인간 안에 있는 신적인 힘으로 있다는 것이다.
교회적인 영(靈) 이해는 기 개념과의 관련을 통해서 명료하게 되는 것이니, 그것은 중국?한국?일본에서의 성령에 대한 명명과 호칭이 하느님의 영에 대한 성서적, 혹은 신학적 관념을 충분히 포함하지 못하며, 「성령」이라는 개념이 거룩한 영혼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까닭이다.
기 개념의 도움이 필연적으로 따르는 영 이해의 토착화는 교회와 세상과 인류를 위한 하느님의 힘으로서의 성령에 관한 전망을 풍부하게 한다.
그리고 인간 안의 생명력으로서의 영의 전망은 영 이해 자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교회적.세상적.인간적인 생명을 위한(유한한 생명은 물론이고 영원한 생명을 위한) 기초가 되어야 한다.
조현권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