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가난했지만 성로렌조성당 봉헌

3) 나가사키의 조선인 천주당

1569년 처음으로 「모든 성인의 교회」가 건립된 나가사키는 1571년 포르투갈 무역항구가 되면서 유럽에 알려졌다. 1598년 가(假) 주교좌를, 1613년에는 일본 관구를 이곳에 두었으며, 나가사키 주민 약 5만명 대부분이 기리시탄이어서 「일본의 소 로마」로 불렀다. 주교좌 교회를 비롯하여 13개의 교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 조선인 교회 「성 로렌조 성당」이 있었다. 거리에서는 아이들이 성가를 부르고 성당에서는 성서테마의 연극이 빈번히 공연되며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탁구, 골프 등을 치고 집에서는 튀김, 빵, 카라멜 등을 먹었다.

『이 도시에는 조선인 천주교 신자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열의를 갖고 작은 돈을 모아 제법 좋은 땅을 샀지만 비용이 부족하여 작은 성당만 세워 성 로렌조에게 바쳤다. 신앙심 깊은 그들은 일본인들과 함께 엄숙함 속에서 미사를 올렸고…훌륭히 세워진 성당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은 가난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주님께 바치는 봉헌과 그들이 모시는 성인과 영혼의 지복을 위해 그들의 힘을 능가하는 성스러운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1610년 예수회 선교사의 연례편지이다.

성 로렌조 성당은 1610년 조선인의 손으로 건립하여 1619년까지 있었다. 성 로렌조 성당이 있었던 장소는 신고려정(新高麗町)이었다고 생각한다. 에도(江戶)시대의 나가사키의 소토마치(外町=변두리)에 이세마치(伊勢町)라는 동네가 있는데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구명(舊名)은 신고려정이라 한다. 1680년 동네에 이세궁(伊勢宮)을 지어 이를 기념하여 동네 이름을 이세마치라 고쳤다. 동네에는 콩나물 점, 고구마.감자 상점과 전당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조선인 연합회가 건립한 이 조그마한 성 로렌조 성당은 나가사키 부교(奉行=막부파견의 행정관) 곤로쿠(權六)의 박해로 1620년 2월 중순에 파괴 되었다. 약 10년간 이국의 땅에서 포로 조선인들의 영육간의 안식처였던 교회는 사라졌다.

2001년 이세마치를 조사했다. 후루가와(古川)를 중심으로 오른쪽 동네에서 동북쪽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이세마치로 건너가는 다리에 고려교(高麗橋)라는 글자가 음각되어 있었다. 숨이 멎는 듯 하였다. 400년이 일순간에 지나가면서 감개가 무량했다. 그 옛날 이 다리를 넘나들며 성당에 다니던 조선인들을 생각하면서 건넜다. 다리를 건너자 바로 이세궁(伊勢宮)이었다. 1680년에 건립한 이 신사를 기념하기 위하여 신고려정을 이세마치라 고친 것이다. 박해시대는 교회를 파괴한 자리에 주로 사원이나 신사를 세웠는데 혹시나 이 자리가 성 로렌조 성당이 있었던 장소가 아닌가 하고 이세궁 관계자에게 물었지만 그들은 잘 모른다고 했다. 나가사키 시립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위의 기록 외에는 찾을 길이 없었다. 당시 12개의 성당 소재지는 밝혀져 있지만 성 로렌조 성당 소재지만은 명확히 알 수가 없다고 예수회 신부 기리시탄 사학자 유우키(結城) 신부는 말했다. 돌아서는 나의 마음에 포로 조선인의 설움이 다가왔다.

박양자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학예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