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1등 봉사도 1등"
방학이면 봉사 위해 해외 오지 누비고, 체험 담은 책도 발간
『봉사활동은 건전한 이기주의라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배우러 가는 것이지 누구에게 무언가를 주고 오는 것은 아니죠』
설지인(마리아 막달레나.23.마산교구 창원 중동본당)씨가 생각하는 봉사는 남다르다.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나누는 것이 진정한 봉사임을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설씨는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세계 곳곳의 분쟁과 난민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외신면에 나온 기사와 사진을 스크랩해 놓았고, 용돈을 모아 케냐 후원 사업에도 참여했어요』
대학전공을 외교학으로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설씨가 본격적으로 봉사에 뛰어든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인 2001년 여름. 설씨는 한 단체의 필리핀 단기봉사활동에서의 경험을 마치 어제 이야기처럼 생생히 전했다.
『유독가스와 악취가 풍기는 쓰레기 산에서 정말 짐승처럼 사는 사람들을 봤어요.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봤던 모습을 직접 눈으로 체험하며 정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전쟁과 빈곤으로 비참한 생활을 하는 세계 곳곳에 설씨의 발길이 이어졌다. 태국과 네팔, 이라크 등 자신의 작은 손길이 큰 희망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다짐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더불어 설씨는 세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제3세계 국가를 보다 체계적으로 돕는 데 나서고자 「지구촌대학생연합회」라는 단체를 꾸렸다. 세계 각국을 다니며 체험한 이야기를 모아 지난 해 5월에는 「스무살, 희망의 세상을 만나다」(동아일보사)라는 책도 펴냈다.
설씨는 북한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지난해에는 통일부의 대학생 통일논문 현상공모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의 제시」로 우수작에 입상하기도 했다.
지칠 법도 한 대학 4년을 그렇게 바쁘게 보낸 설씨. 항상 쉼 없이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며 자기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원동력에 대해 그는 가장 먼저 신앙을 꼽았다.
『모태신앙을 가진 사람의 본성 같은 것, 정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항상 신앙을 갖고 있음을 생각하고 기도하며 생활한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아버지 설규호(요한)씨와 어머니 이순자(베로니카)씨의 독실한 신앙안에서 성장한 설씨는 신앙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갖고 있었다.
『바람직한 신앙인의 모습은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해외봉사활동 경비 마련을 위해 성당과 단체에서 스폰서를 따내고 방학 때면 어김없이 세계 각국을 돌며 봉사해 왔지만 설씨는 학교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2월 25일 설씨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며 학사모를 썼다. 이제는 한 숨 돌릴 만한데 설씨는 올 가을학기 영국으로 유학을 떠날 예정이다.
『봉사활동을 하며 인권과 난민문제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를 마치면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전 세계 고통 받는 우리의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요』
젊은 시절의 순수함과 열정을 잊지 않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설씨의 도전은 그녀의 말처럼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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