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교의와 충돌”
웰빙 신드롬으로 종교 경지까지 이르러
일원론으로 예수님 인성·사명 평가절하
한국 가톨릭 신자들이 유사영성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건강문제(육체의 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포함)이다. 사실 마음의 평화를 누리면서 젊음의 비결을 간직한 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류보편적인 욕구에 무언가 미치지 못할 때 보다 나아보이는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웰빙 신드롬에의한 건강추구로 인해 이제 종교의 경지에 도달할 정도로 「건강광풍」이 불고 있다. 웰빙 신드롬에 젖어있는 이들이 선택하는 삶의 스타일 자체가 종교적이거나 그렇다고 직접적인 유사영성운동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그 배경에 깔린 가치관이나 정신적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들이 바로 다분이 유사영성운동들과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삶의 방식은 뉴에이지적이기 때문이다.
유기농을 이용한 식이요법, 아로마를 사용한 피로회복 및 정신 안정 추구, 요가를 이용한 다이어트 체조, 명상법 모두가 뉴에이지에서 차용하여 발전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들은 동양종교에서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몸, 인간, 우주, 환경이해에 바탕을 두고 있어 그리스도교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충돌하는 지점이 적지 않다. 직접적인 영향보다 간접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점에서 웰빙 현상은 유사영성이 자라는데 도움이 되는 아주 비옥한 토양이라 할 수 있다.
웰빙 신드롬 외에도 국내에 뉴에이지 사상이 유입되는 데에는 대중문화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여러 출판물, 특히 전생과 환생 등을 다루는 책들과 천사들의 존재나 영적 스승을 인정하면서 영계와 임사체험자들의 고백을 담고 있는 책들이나 심리학을 현대적인 신화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저서들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또한 영화, 음악, 만화, 컴퓨터게임, 인터넷 등에서도 이들의 사상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뉴에이지는 하나의 통일된 운동이라기 보다는, 세계적으로 생각하지만 지역적으로 행동하며 접근하는 신봉자들의 느슨한 조직망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유사영성이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문제가 되는 점은 바로 그리스도교 교의와 충돌하는 주제를 가지고 현대인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첫째, 유사영성운동의 기본 노선은 일원론(一元論) 이며 범신론(汎神論)이다. 인간의 신비와 신적인 것을 동등하게 보며, 그래서 이들은 자연히 하느님을 자기 경험, 그리고 우주적 의식의 총체적 경험 정도로 생각한다. 둘째, 유사영성에서의 그리스도는 우주 에너지가 육화한 밀교적 그리스도이다. 유사영성운동의 추종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人性)을 낮추보고, 그분의 사명을 무가치한 것으로 평가절하하며, 그분의 구속적 희생을 조롱하고 있다. 그러므로 구원에 대해서도 유사영성운동에서는 무지로 인하여 드러나지 않은 잠재능력과 본질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구원자도 인간들을 이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깨달음으로 이끌어 줄 스승이라고 보기에 각 종교의 창시자들이나 예수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본다.
이밖에도 유사영성운동은 존재하는 모든 인간을 보편적 우주의 개체적 존재이자 신으로 보며, 우주의 생성에 대한 우연성, 진화론 및 환생설 주장 등으로 결국 성서는 물론 교도권과 교회의 제도적인 형태에 대해 부정하기에 이른다.
지금까지 보아온 것처럼 유사영성운동과 그리스도교의 가르침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화해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일부 신자들이 뉴에이지 신앙에 이끌리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그들 공동체 안에 인간의 영적 차원과 그것을 삶 전체에 통합하는 문제의 중요성, 삶의 의미에 대한 추구, 인간과 나머지 피조물과의 관계, 개인적 사회적 변화에 대한 열망, 합리주의적.유물론적인 인간관의 거부 등과 같은, 실제로 가톨릭의 총체적 주제들에 속하는 문제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유남(한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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