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1,1~45
"부활과 생명에 동참 일깨워”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마르타에게 예수께서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하고 물으셨고, 마르타가 『예, 주님. 주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시기로 약속된 그리스도이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것을 믿습니다』하고 대답하자 예수께서는 무덤의 입구를 막았던 돌을 치우게 하신 후에 『라자로야, 나오너라』하고 큰 소리로 외치시자 죽은 지 나흘이나 되어서 벌써 냄새 나는 라자로가 살아서 밖으로 나왔다고 하는 놀라운 기적의 사건을 오늘의 복음은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
몇 년 전에 낯선 세 자매가 나를 찾아와서 예수님은 거짓말쟁이라고 항의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자기네 부모님들은 딸만 넷을 낳아 다들 결혼을 시켜서 뿔뿔이 헤어져 사는데 그중 막내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시켰지마는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영안실로 옮기려는 것을 못하게 말렸는데 영안실로 들어가면 냉동을 시키기 때문에 부활하는 데에 지장이 될 것 같아서였단다.
그러나 병원 당국에서는 시신을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으니 집으로 옮기라고 하여 집으로 옮겼단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본당의 연도회 회원들이 찾아와서 염하려고 하여 꽁꽁 묶어 놓으면 다시 살아날 수도 없을 것 같기에 그것도 못하게 말리고는 라자로를 살리시기 전에 마르타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자기네들도 믿겠으니 제발 막내동생을 살려 달라고 며칠동안 금식을 하면서 철야기도를 언니들 셋이서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동생의 시신은 자꾸만 썩어가서 어쩔수 없이 연도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치렀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다고 하신 예수님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찬 그들을 우선 위로한 다음 『당신네의 막내 동생은 부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삶으로
내 말을 듣던 그들이 갑자기 어리둥절해 하기에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믿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고 새로운 삶으로 옮겨 가는 것입니다. 누에를 보십시오. 뽕잎을 먹으면서 기어다니며 살 때에는 얼마나 징그럽습니까?
그러나 그 징그럽던 누에가 얼마 후에는 입에서 실을 뽑아 자신의 관을 짜고 죽음의 상태인 번데기가 되지 않습니까? 누에가 죽음의 상태인 번데기가 되어 고치 속에 갇혔다는 상태만을 본다면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지마는 그 과정은 보다 높은 부활의 삶인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되는 과정이 아니겠습니까?
번데기가 되기 전의 누에는 징그러운 모습으로 꿈틀거리고 기어다니며 뽕잎이나 먹고 살았지만 번데기의 과정을 거쳐서 부활하여 나비가 된 다음에는 화려한 날개로 창공을 날면서 꽃을 찾아 다니고 꿀을 빨아먹지 않습니까?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더 차원이 높은 부활의 삶으로 옮겨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하니까 그들의 어둡고 굳어졌던 얼굴들이 밝아지기 시작하였고 마침내는 우리 모두 손을 잡고 감사와 찬미의 기도를 올린 다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들 갔다.
예수님은 기적을 행하실 때에 그 기적 자체만을 목적으로 행하시지 않고 그 기적을 통해서 더 큰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치시고자 하셨음을 알 수 있다.
라자로의 부활을 통해서 예수님은 생명의 절대권을 가지고 계심을 가르치시고자 하셨다. 라자로의 부활은 엄밀히 말한다면 부활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부활한 다음에는 사도신경의 내용대로라면 다시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야만 되는데 라자로는 부활한 다음에 얼마간 더 살다가 다시 죽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라자로를 소생시킨 주님의 더 큰 뜻은 당신 자신이 우리의 부활이요 생명이시므로 믿음을 가지고 당신께로 와서 당신의 부활과 생명에 동참하도록 우리 모두를 깨우쳐 주시는 데에 있었다고 하겠다.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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