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교회 미술사에 큰 영향 끼치며
주님 사랑 화폭에 담아
구순이 지나서도 붓을 놓지 않고 치열한 예술혼을 불살랐던 한국 현대미술의 살아있는 증인, 월전(月田) 장우성 화백(요셉.1912~2005)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한세기 가까운 일생 동안 현대 한국화에 크나큰 발자취를 새겼을 뿐 아니라 한국교회 미술사에도 길이 남을 대작을 남겼다.
월전은 평생 한국화의 새로운 형식과 방향을 모색하고 현대문화에 대한 비판의식 또한 꾸준히 고취해온 대가였다. 수묵을 기조로 한 전통 한국화의 맥을 살렸을 뿐 아니라 특히 그림에 맞는 화제를 스스로 지어 현대적인 조형 기법으로 그림 속에 넣어 학문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문인화를 펼치는 업적을 보였다.
월전은 지난해 9월 김수환 추기경 주례로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교회와의 인연은 세례를 받기 전 50여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간다.
서울대 미대 교수 재직 시절인 1949년, 바티칸에서 성모성년을 기념해 열린 국제 성화미술전에 「순교자의 모후 3연작」을 출품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한국가톨릭미술의 초석을 다진 우석(雨石) 장발(루도비코?1901~2001)의 권유로 이뤄진 일이었다.
이후에도 뛰어난 성화를 많이 창작해 세계 각국에 작품이 소장돼 있지만 현재 대부분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절두산성지와 여의도성모병원, 성심여고에서 성모자상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세례성사 후 월전은 『마음 속에서는 오래 전 성화를 그리며 하느님과 늘 가까이 있었다』며 『주님 안에서 더욱 깊이있는 삶을 살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교회를 향한 그의 애정은 선종 이후 남긴 유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월전은 선종 전 오랜 전부터 소장해왔던 순교자 정약종(아우구스티노)의 인장을 교회에 봉헌했다. 월전이 남긴 인장은 정약종의 유일한 유품으로 알려져있다.
정약종은 최초의 조선천주교회장을 지냈고 우리말로 쓴 첫 교리서 「주교요지」도 집필하는 등 한국교회사의 중요한 인물이다.
왕성한 창작작업과 동시에 후학 양성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던 「큰 선생」. 말년에는 문화재단을 설립해 평생의 업적을 공익화했으며 문화상을 제정하는 등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마지막 힘을 쏟아부었던 월전은 교회에도 마지막까지 지극한 애정과 강한 예술의 향기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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