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사목 프로그램
경로우대식 일회성 행사가 다반사
노인사목부 설립·예산책정 등으로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계발 ‘절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지난 2003년 교구 시노드를 개최한 뒤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에서 「보람 있는 노년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노인사목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하고 『노인을 사목의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사목의 주체로 여겨 노인들 스스로 노인 사목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사목의 강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이처럼 노인들 자신이 사목의 주체로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다양한 사목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현재 각 교구와 본당에서 노인 사목 프로그램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노인사목에 대해, 봉성체나 병자성사 집전, 그리고 연례행사로 벌이는 약간의 노인 잔치 등 「경로 우대」식의 일회성 행사로 인식한다. 노인들이 사목활동의 주체로서 사목현장의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는 사례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각 본당에서 본당의 특색과 노인 계층의 특성을 살린 노인 사목들을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예컨대 인천교구 소사본당은 노인들이 직접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도록 「어르신 봉사활동」을 펼친다. 노인들은 매주 한번씩 성당 주변을 청소하거나 독거노인들을 방문하고 전례 담당을 맡기도 한다. 대전교구 전민동본당의 경우, 어르신 복사단과 성가대를 운영하고 있으며 광주대교구 대성동본당의 할아버지 복사단도 눈에 띈다. 부산교구 서면본당은 「한 단체 한 노인 모시기」를 실시하고 서울대교구 마장동본당을 비롯한 여러 본당에서는 「사랑의 점심 나누기」 등으로 인근 독거 노인들을 보살핀다.
대표적인 노인사목 강화본당인 서울 종로본당은 그야말로 노인복지의 모범본당으로, 이발 서비스?건강검진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노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수원교구 인덕원본당은 매월 첫 주 금요일을 노인의 날로 정하고 노인들만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본당내에 노인학대상담센터도 운영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이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시행되고, 그것이 일회성이나 단기간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구나 본당 사목의 틀 안에 조직적으로 통합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인 사목 강화의 첫 자리는 역시 본당이다. 일선 본당의 사목 현장에서 노인사목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정착될 때에만 교회 안에서의 노인 사목 프로그램들이 그 의미와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각 본당은 노인들이 신앙 생활과 교회 생활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공간으로 재구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인들의 특성과 정서에 맞도록 본당의 모든 환경이 배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프라의 조성에 이어 노인의 상황과 특성을 고려한 다각적인 사목 프로그램들이 계발돼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런 사목 프로그램들은 해당 연령 계층의 노인들을 획일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지역과 연령대, 가족과 경제 수준 등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그에 적절한 다양한 형태로 실시돼야 한다.
우선 연령대에 있어서, 청소년들이 초등 및 중고등부, 청년 등으로 나눠지듯이, 노인의 경우에도 60대와 80대 이상의 노인들은 엄연히 활동력과 정서, 관심 등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한 계층으로 분류되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또한 가족 관계에 있어서도, 독거노인들과 자녀와 동거하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많은 면에서 특성상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두 가지 사례 모두를 고려하는 다각적인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개발, 실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는 예산의 배정이다. 복지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목 프로그램들을 계발하고 실시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한 예산의 배려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각 본당마다 노인사목부를 설치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예산이 배정돼야 한다. 이처럼 예산이 정기적으로 배정될 때, 노인사목 관련 프로그램의 질적, 양적 수준은 훨씬 큰 결실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본당에서 실시할 수 있는 사목 프로그램과 사목적 배려들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전례와 교리교육에서 노인 연령층에 대한 배려가 요망된다. 예비신자 교육에 있어서도 노인 예비신자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전례 참여의 경우, 원칙적으로 가족들과 함께 미사 등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노인들만을 위한 미사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인들이 사도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가 요망된다. 노인대학은 이미 많은 본당에 설립돼 있고, 이에 대한 인식도 높은 편이므로 노인대학의 활동 영역을 강화하고 다양화함으로써 노인사목의 질을 높일 수 있다.
간혹 눈에 띄는 노인 성서공부반이나 각종 동아리, 봉사활동의 활성화는 노인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마련하고 교회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폭을 더욱 넓혀줄 것이다. 여기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피정과 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활동들에 앞서 복지 프로그램의 강화는 상시적으로 요망된다. 각종 건강강좌와 간단한 의료 서비스 지원, 독거 노인들에 대한 봉사활동 등을 노인들이 스스로 주최하고 참여하게 함으로써 주체적인 사도직 활동과 복지 서비스를 동시에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이러한 모든 사목 프로그램들과 활동의 의미는 노인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결코 소외되지 않고 있으며, 자신들의 새로운 인생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의미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스스로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노인사목이 단지 몸과 마음이 불편하게 된 연로한 이들에 대한 돌봄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 특성에 맞는 하느님 백성의 한 계층의 활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교회의 노인사목은 새로운 의미와 면모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 염주동본당 장수대학
“동료들과 배우는 재미에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
매주 수요일 130여명 참여
건강·법률 등 생활상식부터
노래·율동 등 재미도 다채
광주 염주동본당(주임=김홍언 신부)이 3년째 장수대학을 운영하면서 본당 및 지역노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소외되기 쉬운 노인들에게 여가선용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고자 마련한 장수대학은 특히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지역민들에게 열려있어 간접적인 선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요일 오전 10시, 미사를 봉헌한 130여명의 장수대학생들은 수업준비에 발걸음이 분주하다. 첫째 시간은 모 대학병원 의사로부터 듣는 치매예방법 강의. 이처럼 1교시는 의사나 변호사 등 강사를 초빙해 건강 및 법률상식 등 노인들에게 긴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둘째 시간은 레크리에이션 강사들이 준비한 놀이와 율동, 노래 등을 통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첫째 시간의 긴장을 흥겨운 분위기로 이끈다. 신나는 음악에 온몸을 흔들고, 손을 맞잡고 스텝을 밟다보면 어느새 나이를 잊어버린 청춘이다. 여기서 익힌 댄스와 에어로빅 실력으로 2년 전에는 적십자사에서 주최한 노인생활 체조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수업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자 장수대학생들은 본당 봉사자들이 직접 준비한 식사를 하며 재잘재잘 웃음꽃이 피어난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장수대학이 못내 아쉬운 듯 오늘 배웠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정양례(모니카?70)씨는 『장수대학에 오기 전에는 집에서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곳에 오면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지혜를 얻게되었다』며 『특히 젊은 선생님들과 동료 할머니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1년 기간으로 진행되는 장수대학이 일시적인 배움의 시간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인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이 되기 위해 본당은 사물놀이패나 무용단 등 졸업 후에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동아리를 만들어 지속적인 열린 교육의 장으로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한 본당은 몸이 불편해 병원을 찾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지역 병원과 연계해 홈케어(Home care) 제도를 도입, 무료진료도 실시할 방침이다.
본당 주임 김홍언 신부는 『젊은 신자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간 농촌이나 소도시의 경우에는 교회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노인들이 사목의 대상이 되는데 그치지 않고 노인들 스스로가 사목의 주체로 활용될 수 있는 다각적인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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