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로 만나는 한국의 성지
한국의 대표적인 성지들을 수묵화의 농담 속에서 색다르게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한국화가 포마(浦馬) 노경상(바오로?57)씨는 「한국의 성지전」을 3월 29일까지 서울 중림동 가톨릭화랑에서 연다. 가톨릭화랑 초대전으로 열리는 「한국의 성지전」에서는 서울 절두산성지를 비롯해 광주 천진암, 보령 갈매못, 봉화 우곡, 제주 정난주 묘 등 전국 성지 20곳의 풍경을 펼쳐보인다.
작품은 대부분 하늘을 나는 새가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경을 모두 담는 부감법(俯瞰法)을 이용해 성지 전체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작품들은 작가의 상상력에 힘입어 각 순교성지에 어린 의미들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익산 나바위성지의 모습에서는 160여년전 김대건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고 한국땅에 첫 발을 내디딘 바닷가와 돗단배의 모습을 배경으로 담고 있다. 실제 성지 뒤로는 바다가 아닌 언덕과 들판이 펼쳐져 있다.
명동성당 작품의 경우 배경을 최소화하고 서울 중심가 언덕 위에 있는 성당과 그 아래의 성모동굴을 부각시켰으며, 절두산성지는 성지를 오르는 십자형태의 길에 시선을 모으는 「형상의 재구성」을 꾀하고 있다.
전남 담양에 「지실 예당」이라는 화실을 두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노씨는 주제가 결정되지 않으면 붓을 들지 않는 고집을 지닌 작가다. 그러나 일단 주제가 정해지면 여러 가지 시각, 품격 높은 필치, 신비스런 분위기로 그림을 몰아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시리즈를 위해서도 노씨는 심장혈관이식수술을 받은 불편한 몸으로 전국 성지를 직접 순례하며 어렵사리 붓을 들었다.
『붓이 저절로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성화를 그려야 하는데 그 경지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부족한 점은 기도로 메워가며 실제 전경과 성지에 서려있는 순교혼을 모두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미술이란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하고 자연이란 천지간에 열려 있는 물체의 조화』라는 작가의 표현처럼 아름다운 순교자의 선혈이 아름다운 자연으로 남아있는 성지의 모습을 만날 좋은 기회인 듯 하다.
※문의=(02)360-9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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