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박해보다는 영성체 못해 괴로워
Ⅱ 박해와 대 순교 1. 에도 막부와 기리시탄
2) 기리시탄 탄압의 서막
관동지방에 기리시탄 박해의 도화선이 된 것은 하루노부(晴信)와 다이하치(大八)의 뇌물 청탁 사건이었다. 이들은 기리시탄들이었기에 조사과정에서 이에야스 측근과 슨뿌성(駿府城=靜岡)내에 기리시탄들이 있다는 것이 노출되었다.
이에야스는 1612년 3월 11일 기리시탄 금교를 표명하고 슨뿌성의 가신단과 궁중내의 귀부인들을 심문하여 중신 14명과 시녀 쥴리아, 루시아, 글라라에게 추방을 명하였다. 이어 이에야스는 교토에 있는 교회당 파괴와 아리마 영주에게 신자 탄압을 명하였다. 8월 6일에는 「기리시탄을 금한다. 만약 이를 위배하는 자는 즉시 처벌한다」는 에도막부의 기리시탄 금제를 발령했다.
조선인 오타 쥴리아 1
세 부인 중에 가장 젊은 오타 쥴리아(大田 Julia)는 조선에서 태어나 1592년 임진왜란 때 포로가 되어(5~6세) 고니시 유키나가 아우구스티노의 부인 쥬스타로부터 기리시탄 교육을 받으며 모레혼 신부에게서 세례를 받았다. 1600년에 유키나가가 참수를 당하자 오타 쥴리아는 이에야스 궁정으로 넘어가게 되어 후시미성에서 에도성, 슨뿌성으로 전전하여 일하고 있던 중 기리시탄 검색이 시작 된 것이다.
1612년 예수회 일본연보의 기록에는 『쥴리아는 조선국 태생이다. 장군에게도 궁중의 다른 자에게도 볼 수 없는 뛰어난 판단력과 인식력을 가진 자였다. 쥴리아의 미모와 재능을 사랑한 이에야스는 그녀의 굳은 결의를 보고 분노로 가득 찼다. 「쥴리아가 나의 명을 거역하다니, 포로가 된 가난한 이국인을 귀부인의 높은 신분으로까지 올려주고 그것도 모자라 항상 내 옆에 두고 가장 신뢰하고 있던 자였는데도 그녀의 망은과 반항은 크게 벌하여 마땅하다」고 했으며 이에 쥴리아의 마음이 변할 때까지 고생과 고통을 주기 위해 유배시키도록 명하였다. 궁중의 시녀들이 겉으로만이라도 배교할 것을 권하였지만 쥴리아는 「많은 은혜를 받고 있다하여 천하의 주인이신 주님을 배반할 수는 없다」 「이것은 주님의 특별한 배려에 의한 것이다」라고 하며 이 처분을 크게 기뻐하였다』라고 적고 있다.
1612년 4월 20일 유배 길에 오른 쥴리아는 아지로에서 오오시마(大島)에 도착하였다. 얼마 후, 니지마(新島)로, 다시 더 멀리 떨어진 고츠시마(神津島)라는 매우 적막한 작은 섬으로 보내졌다. 이곳에서의 쥴리아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슨뿌에 있는 신부에게 보낸 서한에 의해서이다. 사도들이나 순교자, 성모 마리아에 대한 서책과 제단을 차리기 위한 몇 개의 물건과 박해를 받고 있는 동료들의 상황을 알려 주도록 부탁한다. 또 덧붙여 말하기를 『혹독한 박해의 쓰라림을 받더라도 고해성사나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것이 더 나를 괴롭히는 것은 없다』 『이 작은 섬은 우리 주님의 발아래서 나의 생애를 마쳐야 할 갈바리아 산임을 묵상하고 있다. 명상 후 양심의 성찰을 하여 하느님의 용서를 구하고 미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주님 수난의 여러 장면을 묵상하면 많은 위로와 영혼의 위안을 받는다』고 하였다.
박양자 수녀(한국순교복자수녀회·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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