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만찬…’ 성체성사 제정한 최후의 만찬 재현
‘성금요일’ 주님 수난·죽음 동참하며 단식·금육
‘부활성야 미사’ 부활초 밝히며 부활찬송 노래
교회는 해마다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미사부터 부활 성야미사까지 인류 구원의 가장 위대한 신비들을 전례로 재현한다. 이 파스카 삼일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의 신비에 참여하는, 일년 중 가장 거룩하고 뜻깊은 기간이다. 신자들의 보다 능동적인 전례 참여를 돕기 위해 이 기간동안 거행되는 전례의 주요 내용과 의미를 살펴본다.
■ 주님만찬 저녁미사
파스카 삼일의 시작을 알리는 주님 만찬 저녁미사는 예수님께서 수난당하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빵을 나누며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최후의 만찬을 재현한다.
특히 이날 미사에서는 강론 후 사목상 필요할 경우 발씻김 예식을 거행하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사랑과 봉사의 모범을 드러내고, 이 모범의 정신을 따르도록 우리들을 촉구하는 의미를 지닌다.
이날 영성체 후에는 미리 준비된 수난감실로 성체를 옮기며, 성당 내에 있는 십자가는 치우거나 천으로 가리우고, 제대포도 벗긴다. 신자들은 적당한 시간을 나눠 성체 앞에서 다음날 예절이 시작되기 전까지 조배를 계속하게 된다. 수난감실에서의 성체조배는 게쎄마니 동산에서 『너희는 나와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마태 26, 40; 마르 14, 37)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기며 주님 앞에 머물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 성금요일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본 날로 단식과 금육을 통해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미사 없이 말씀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로 이어지는 주님 수난 예식만 거행된다.
사제는 이날 붉은색 제의를 입으며, 신자들은 십자가 경배를 통해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가장 비참한 방법으로 돌아가신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고 죽음의 상징인 십자가를 희망의 상징으로 바꾸신 그리스도를 흠숭한다. 수난 예식 후에도 성당, 또는 별실에 십자가 경배 장소를 마련해 공동체가 기도와 묵상을 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이날부터 부활성야 미사 전까지 고해성사와 병자성사를 제외한 모든 성사 거행이 금지된다.
■ 성토요일·부활성야 미사
성토요일은 무덤에 묻히신 그리스도와 그분의 죽음을 묵상하고 부활을 기다리는 날로 이날 제대는 벗겨두며 아무런 예식도 드리지 않는다.
부활성야는 주님의 부활을 깨어 기다리는 밤으로 주님께서 부활하신 거룩한 밤을 전례로 거행함으로써 똑같이 재현하는 뜻깊은 밤이다. 이 밤은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사슬을 끊으시고 승리자가 되신 참된 해방의 밤을 상징한다.
부활성야 예식은 빛의 예식으로 시작된다. 먼저 사제는 부활초에 점화할 불을 축복하고, 부활초에 십자를 긋고 십자 위와 아래(세로)에 알파(Α)와 오메가(Ω)를 새긴다. 또 십자의 가로 위와 아래에 그 해의 연도(2005)를 새기며 그리스도의 오상을 상징하는 향덩이를 꽂는다.
이후 사제는 「그리스도 우리의 빛」을 외치며 부활초를 높이들고 행렬한 후 부활의 기쁨을 드러내는 부활찬송(Exsultet)을 노래한다. 이 빛의 예식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죽음과 어둠의 세상을 벗어나 빛과 생명을 밝히신 그리스도의 부활 축제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제2부 말씀 전례에서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행하신 놀라운 업적을 묵상하며 구약에서 일곱, 신약에서 둘(서간과 복음), 모두 아홉 독서를 봉독한다. 제3부에서는 새로운 지체들이 탄생하는 세례성사와 세례 때의 약속을 갱신하고, 제4부에서는 십자가 제사의 기념제이며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현존 제사이며, 마지막으로 영원한 파스카를 미리 체험하는 성사인 성찬전례를 장엄하게 거행한다.
■“성사는 의무 이전에 신자의 소중한 권리”
판공성사를 봅시다
『모든 신자는 일년에 적어도 한 번은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하여야 한다』(사목지침서 제90조 1항).
이처럼 고해성사는 교회법과 한국 천주교 사목지침서에 신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특별히 한국교회에서는 일년에 두 번 부활 전과, 성탄 전에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데 이 때 보는 고해성사를 판공성사(辦功聖事)라고 한다.
판공성사 때 제출한 고해성사표를 근거로 자신이 입적해 있는 본당 교적에 성사 받았음이 표시되며 교적에 3년 이상 고해성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표시되어 있을 때는 「쉬는 신자」로 처리하게 된다. 이는 교회가 신자들의 개인적 신앙생활을 통제하고 간섭하기 위함이 아니라, 신자들의 구원을 염려하는 교회의 최소한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신자들 중에서 판공성사를 보는 비율은 30% 내외에 그치고 있다. 판공성사는 신자로서 지켜야 될 최소 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비율이 낮은 것은 적지 않은 신자들이 고해성사 자체를 매우 꺼려하거나 고해성사 보는 것에 대해 부담감과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죄를 누군가에게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해성사가 주는 하느님의 큰 은총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부담감은 당연히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회개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의무감으로만 여기고 고해성사 전에 갖추어야 될 기본적인 자세(회개, 통회, 정개)를 무시한다면 성사가 더이상 성사(聖事)가 아니라 성사(成事)가 되고 말 것이다. 또한 고해성사가 성사를 집행하는 인간 사제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고백하는 성사적 만남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고해성사는 성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성사중의 하나이다. 질그릇처럼 부서지기 쉽고 악으로 기울어져있는 인간 조건을 배려한 하느님의 용서와 화해의 성사가 바로 고해성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해성사는 아무리 커다란 죄를 지어도 다시 그 죄에서 벗어나 당신 뜻, 당신 사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표지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인이라면 하느님과의 화해의 은총을 충만히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한 자주,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해야 하며, 적어도 신자의 의무인 판공성사만큼은 빠뜨리지말고 성실히 임해야 한다. 또한 신자의 의무라고 말하기 이전에 그리스도교 세례를 받은 신자로서 누릴 수 있는 하느님의 은총이며 참으로 소중한 권리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