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끄면 행복 켜져요”
대화시간 늘어 웃음꽃 ‘활짝’
새로운 소식은 인터넷·신문으로 해결
서울 서교동본당 서병곤(베드로)-박윤숙(엠마누엘라)씨 집에는 TV가 없다. TV에 끌려 다니는 생활을 청산해 보고자 과감히 TV를 없앤 후 현재 1년 반을 넘기고 있다.
TV 안보기 운동을 실천하는 가정이 늘어나는 요즘이지만 「안보기」가 아닌, 「없애기」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TV 없는 가정을 만들어가고 있을까.
그 결단은 「중독」이라 할만큼 TV를 끼고 살았던, 남편과 채널 싸움이 하기 싫어 「TV를 한 대 더 구입할까」 고민까지 했던 박씨로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여러 정보를 얻고자 TV를 즐겨 이용했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돼서 거의 모든 일상이 TV에 맞춰져서 무조건 TV부터 켜고 보는 일이 생겼어요. 연속극 등을 보느라 TV에 매이다 보니 할 일도 자꾸 미루거나 못하게 되고, 책읽기도 심하면 일주일씩 미뤄지는 상황이 벌어지더라구요』
특히 성서 및 신심서적 읽기 등의 시간까지 모자라는 것을 느끼면서 문득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에 가족과 상의를 했다. 「안보기」는 유혹이 너무 강할 것 같아 아예 TV를 치워버리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남편은 쉽게 동의를 했고 아들 일석(루까.중1)이는 처음 엔 『TV없이 안된다』고 반대를 했지만 그래도 순순히 잘 따라주었다.
TV가 없어진 후 한 두달은 너무 힘들어서 다시 더 큰 것으로 구입을 할 마음까지 가졌었다는 박씨는 그래도 무조건 참으며 고비를 넘겼다. 또 TV가 없으면 정보에 뒤떨어 질것이라 걱정 했지만 인터넷이나 신문으로 해결이 될 수 있음을 체험했다.
이제 넓어진 거실에는 저녁마다 공부상이 펴지고 박씨와 일석이의 일대일 과외 지도가 열리거나 숙제 시간이 마련된다. 큰 딸 승미(마리셀라.고2)는 학교와 학원 수업 등으로 늦게 오는 날이 많지만 함께 있게 되는 날이면 스스럼 없이 그 옆에서 책을 펴든다.
TV가 없어진 후 변화라면 정말 가족간 대화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가족이 함께 모이는 주말이면 자연스레 저녁식사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화의 꽃이 핀다. 예전에 TV를 봐가며 단편적인 대화를 주고 받던 식사 모습은 사라졌다. 화제의 폭도 넓어지고 내용도 깊어져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서로의 어려움과 고충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서씨와 박씨는 무엇보다 『성서 읽기, 신심서적 읽기 등에 시간을 충분히 할애할 수 있게 됐다』고 만족해 했다.
『이젠 정말 TV로부터 온 가족이 해방됐어요. 절대 불편하지 않고 좋은 점이 더 많아요. 쉽지는 않지만 모든 가정이 해볼만한 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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