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사목 사례와 제안
“노인선교복지 본당 필요하다”
관련단체 연대해 복지정책·제도 개선
수혜자 아닌 주체로 나서도록 도와야
본지는 사순시기 4주간에 걸쳐 한국교회 노인사목 현황을 살펴봤다.
과거 교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청년·청소년 사목, 그리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가정사목에 비해 노인사목은 관심이 적었고 노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사목프로그램 개발 또한 걸음마 단계에 그치고 있다. 또한 노인사목은 영역이 광대하고 대상 또한 세분화돼 있어 교회가 사목활동을 펼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교회가 노인사목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계속해 나가야 하는 것은 교회의 고령화가 세계에서 유래 없이 속도가 빠르다는 한국사회보다 더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인층이 군·경찰, 청소년층과 더불어 또 하나의 풍요로운 선교대상이라는 점도 이를 대변한다.
사순기획을 마무리하며 한국교회 노인사목의 현황을 종합하고 모범사례를 토대로 노인사목 활성화 방안과 개선점을 짚어본다.
노인사목은 크게 복지와 선교 두 방향으로 나뉜다. 따라서 이 두가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노인선교복지(준)본당의 설립이 준비돼야 한다.
노인선교복지본당은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청장년, 노인계층을 아우르는 일반적인 본당의 개념을 탈피한 노인들만을 위한 공간을 말한다. 자칫 교회의 뿌리인 본당의 개념을 바꾸는 위험한 시도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노인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사목을 전개하고 경험이 부족했던 교회의 노인관련 사목 및 프로그램이 보다 성숙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본당 설립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노인사목 관련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 최근 신설된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노인복지위원회는 종로본당에서 본당설립 준비과정인 노인선교복지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예비신자 교리와 미사 봉헌, 무료 배식과 복지서비스 등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최대한의 사목 프로그램을 길게는 수년간에 걸쳐 시범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교회의 노인사목 방향을 설정하고 보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당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노인선교복지센터 또는 본당조차 이용할 수 없는 독거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특히 본당공동체의 보다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교구와 교구에서 운영하는 노인전문 복지관에서는 그동안 축적된 노인사목의 경험을 본당과 지역사회를 위한 노인봉사자 양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신자들에게 전달하고, 본당에서는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봉사자들을 지역사회에 파견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노인 돌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 기반이 잡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가정간호 서비스의 범위를 확대해 서비스 대상을 재가노인으로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에 비해 노인인구 비율이 훨씬 높지만 노인사목을 위한 대비가 비교적 미비한 농촌 또는 소도시의 경우 교구차원 또는 지역을 통합한 지구 차원의 원활한 연대가 필요하다. 한 예로 춘천교구 춘천지역이 실시한 「니꼬데모」 모임을 들 수 있다. 고령화사회 사목의 실천프로그램으로 지역 내 6개 본당이 준비한 이 모임에는 각 본당 노인신자 180여명이 참석해 좋은 반응을 거뒀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 그리고 교육수준이 높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노인들을 위한 사목도 필요하다. 서울 사회사목부 노인복지위원회는 이러한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노인자원봉사은행」을 설치할 계획이다. 노인들의 풍부한 경륜과 유휴노동력을 최대한 활용, 적합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인전문자원봉사자를 양성하고 노인취업을 위한 정보제공 및 연계활동도 모색하고 있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동노인종합복지관이 실시하고 있는 「희망을 여는 노인전문강사 파견사업」도 노인이 수혜자가 아닌 직접적인 사목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노인전문강사로 교육받은 노인들은 어린이집에 파견돼 손자·손녀뻘 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바둑과 한문, 예절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지난 해 설립된 가톨릭노인복지협의회를 비롯, 노인관련 복지관, 교구내 노인사목 관련 단체, 각 본당 노인대학 등이 연대해 노인복지정책과 제도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노인사목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 활동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이러한 단체들의 원활한 연대와 협력이 있어야만 노인사목에 대한 교회의 관심이 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노인전용 아파트와 원룸, 무의탁.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그룹홈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노인전용 주거시설을 건립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7%가 넘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2018년에는 이 비율이 14%가 넘는 고령사회가 된다. 고령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대처해 온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에 대한 대비도 미비하고 그에 따른 교회의 사목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평균수명 연장에 따른 노인의 증가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문제다. 사회보다도 더욱 빠른 고령화 현상을 보이는 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급속한 고령화 추세와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따른 노인복지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와 교회, 국가정책 등이 노인복지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활한 톱니바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노인의 기본적인 욕구는 국가가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책임지되, 국가가 미쳐 손댈 수 없는 틈새계층의 노인을 위한 복지활동과 선교로 이어질 수 있는 노인사목활동은 교회가 관심을 갖고 전개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서울 종로본당 노인선교복지프로그램-
노인선교복지본당 준비
종묘공원 노인에게 교리
점심무료·독거노인 지원
지난 3월 12일 오전 서울 종로본당. 1층 성당을 가득히 메운 200여명의 신자들은 모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다. 행여 기도문 하나 빼먹을까 염려해서인지 본당 주임 최성균 신부는 미사진행을 천천히, 기도문도 또박또박 읽는다. 기도문을 아직 외우지 못한 노인들은 큰 글씨로 인쇄된 기도문을 손에 들고 미사참례를 한다.
같은 시간 3층 강당. 본당 봉사자가 진행하는 예비신자교리 참석자들도 모두 노인이다. 십계명을 반복해 암송하는 노인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한시간 여 진행된 예비신자교리가 끝나면 같은 장소에서 봉사자들이 마련한 점심식사 배식이 시작된다. 미사를 봉헌한 노인들도 3층에 올라와 식사를 한다.
하루 유동 노인인구가 만여 명에 달하는 종묘공원 옆에 자리한 종로본당은 현재 노인선교복지(준)본당의 준비단계로 노인선교복지센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본당은 2002년 종묘공원을 방문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첫 예비신자교리를 시작했으며, 2004년 말까지 303명의 노인이 세례를 받았다. 현재도 80여명이 영세를 준비 중이다.
예비신자교리를 통해 신앙생활을 시작한 노인들은 본당이 매주 토요일 봉헌하는 특전미사에 참석한다.
예비신자교리와 미사봉헌, 병자성사 등 노인선교를 위한 활동과 더불어 복지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매주 미사와 교리 후에는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며, 무의탁 독거노인 70여명에게 매월 생활비 5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매월 5명에게 보청기를 달아주고 있으며 현재까지 60명의 노인이 혜택을 받았다. 무의탁저소득독거노인이 사망했을 때는 납골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본당의 노인선교복지센터 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서울 뿐 아니라 멀리 인천과 경기도 북부지역에서도 노인들이 찾아오는 등 이용노인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장소가 협소하고 일반 본당사목이 병행돼야 하는 한계로 선교복지센터는 주1회 운영될 수밖에 없다.
최성균 신부는 『노인들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선교활동과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반본당과는 독립된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노인선교복지준본당 마련이 시급하다』며 『성당을 신축하지 않더라도 다세대 주택 등을 활용해 노인들만을 위한 본당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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