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영성 프로그램 홍보·교육에 노력해야”
영적갈증 해결 위해 유사영성 수련 끌려
쉽게 빠져드는 것은 말씀체험 부족 때문
급격한 물질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한국사회, 특별히 다원주의 시대에 다원문화, 유사영성과 뉴에이지가 가톨릭 신자들에게 신앙과 생활을 방해하는 주요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상대적으로 영적 갈증을 매우 심각하게 느끼고 있지만, 교회의 전통적인 신심과 기도와 묵상으로 영적 갈증을 극복하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가톨릭 신자들은 생각 없이 쉽게 몸과 마음으로 내가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유사영성 수련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왜 그런가? 압축 성장으로 세상이 거칠고 무정한데, 온기를 전해 주려는 모습으로 등장한 유사영성, 뉴에이지가 사람들에게 매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그렇게 유독 가톨릭 신자들에게만 영향을 주고 있는가? 적지 않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말씀과 영성에서 우러나는 체험지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톨릭 교회 내에도 영성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전통적인 방법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매우 널리 보급되어 오히려 그 중요성을 잊기 쉬운 성체조배와 묵주기도가 있다.
또한 이냐시오 영신수련 역시 성직자, 수도자뿐 아니라 평신도에게도 신앙의 성숙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전통적 프로그램이며,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향심기도와 예수마음 호칭기도 등도 인간의 영적 갈급함을 채워주는 훌륭한 기도 방법이다. 그 밖에도 가톨릭 청년 성서 모임, 떼제 공동체, 성령쇄신 봉사회 등에서 많은 신자들이 하느님을 더욱 깊이 체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교회 내에 영성 프로그램이 적지 않은데, 유사영성 운동에 관심을 기울이는 가톨릭 신자들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로는 먼저 가톨릭 영성 프로그램의 홍보 부족, 그리고 평신도 수준에 적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결여를 들 수 있다. 또 가톨릭 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도자의 부족도 심각한 문제이며, 각 수도회나 영성 수련 단체 사이의 상호 정보 교류가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영성 프로그램에서 육신 수련을 배제하는 데서 오는 한계이다. 오늘날 유사영성 프로그램은 한국 사회를 풍미하고 있는 웰빙 바람에 부응하여 인간의 육신을 소중히 하는 가운데 마음의 평화까지도 추구하는 전체주의(holism)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몸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1고린 6, 19)이므로 그에 부합하는 돌봄과 가꿈은 문제될 것이 없다. 건강지상주의 또는 육체적 건강과 아름다움의 우상화가 아니라면 육신 건강의 추구를 배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육신 수련은 그리스도교 인간관, 곧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었고 영혼과 육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록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불멸하며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지상 생활을 충실히 한 사람의 육체는 마지막 날에 영광스럽게 부활하여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과 생명에 영원히 참여할 것이라는 신앙 진리에서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기준 아래 요가, 선 체조, 단전호흡 등이 신자들에게 선익을 주는 것인지 해악을 끼치는 것인지 판단하여야 하며, 조금이라도 예수 그리스도 없는 구원이나 범신론적 합일을 지향하는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대로 유사영성에 대해서 위험하고 잘못되었다고 고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그들의 잘못된 바를 정면으로 대결하여 유사영성을 체계적으로 분명히 비판하되 유사영성의 체험적인 측면을 충분히 실험, 검증, 연구하여 교회의 영적인 측면을 반성적으로 보완하고 그 영적인 체험지평을 그리스도교 영성의 대안으로 발전시켜 교회 전통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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