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마다 인고의 흔적
청소년 사랑으로 승화
30일부터 명동 평화화랑서
600년 고목 조각한 성모상
성서 새긴 향나무 병풍 압권
고린토전서를 새긴 12폭 향나무 병풍 「사랑장」 앞에선 최영철씨. 가로 4㎝ 가량의 큰 글자들이 빼곡이 들어찬 병풍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양각으로 새겨 음각에 비해 몇배의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담파(憺波) 최영철(바오로)씨는 젊은 시절 수십년간 그 누구보다 굴곡진 삶을 살아내야만했다. 혼혈아로 태어나 부모에게 버림받고 억울한 누명에 옥살이를 이어가던 세월, 그 한을 이겨내고 청소년 보호사로서의 현재 모습을 갖출 때까지 그의 말없는 친구는 자그마한 조각칼이었다.
최씨는 어린시절 팔만대장경 보수 기능인이던 한 장인의 어깨너머로 칼을 쓰고 나무를 깎는 법을 배웠다. 수십년간 칼을 제대로 쥘 수 없었지만 그의 뛰어난 예술적 감각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청소년들을 돌보느라 바쁜 가운데서도 꾸준히 창작활동을 이어온 최씨가 부활시기를 맞아 서각전을 연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7여년간 공을 들인 성모상과 고린토전서를 새긴 12폭 향나무 병풍 「사랑장」 등을 선보인다.
가로 4㎝ 가량의 큰 글자들이 빼곡이 들어찬 병풍은 그야말로 장관. 두꺼운 붓글씨와 비슷한 형태의 원곡체로 양각으로 새겨, 음각에 비해 몇배의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나무를 고르고 다듬고 틀을 짜는 작업도 모두 직접 했다.
성모상은 600여년된 고목을 조각한 것으로 마음에 들 때까지 수년을 깎다보니 2m 남짓 크기의 작품으로 남았다. 동서양의 이미지가 혼합된 성모상은 보통 성모상과는 달리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에서는 성상과 촛대, 스텐드, 선의 이미지가 독특한 이콘형 장식품 등의 소품도 함께 선보인다. 작품마다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사랑으로 승화시킨 흔적이 묻어있다.
최씨는 현재 강원도 영월군 산골에 위치한 「바오로 크리스천 수련원」을 운영하면서 청소년들을 돌보고 있다. 최씨는 출소 후 살레시오회 김정수 신부의 도움으로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고 청소년 쉼터에서 봉사해왔다. 98년 모든 전과기록이 사라지는 복원조치를 받은 후 최씨는 불우청소년들이 결코 자신이 겪은 아픔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본격적인 청소년 그룹홈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의 품을 거쳐간 청소년들은 100여명에 이른다. 젊은 시절 사회의 냉대를 온몸에 받았던 그였지만 지금의 그는 누구보다 큰 「사랑」과 「자율」을 청소년들에게 쏟아내고 있다.
조각도 청소년 심성교육의 하나로 「나무의 덕」을 가르치면서 다시 시작됐다.
전시회는 3월 30일~4월 5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02-727-2336~7)에서 펼쳐진다. 최씨는 이번 개인전의 수익금은 전액 재소자들에게 구원의 희망을 주는 교정사목 후원에 쓸 계획이다.
가톨릭서각동인회 회장을 역임한 최씨는 다수의 서각 동인전과 협회전, 세종문화회관 개인전 등을 연 바 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