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건 작건 거짓말은 하느님께 대한 반역
『거짓 증언을 못한다』(출애 20, 16)
Ⅰ. 진리 안에서 살아라(2460∼2470)
여덟째 계명은 말과 행위로써 진실을 왜곡하는 것을 금한다. 말이나 행실로써 진실을 어기는 것은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을 거역하는 배신이다. 주님께서는 진리를 증언하러 세상에 오셔서 『너희는 그저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여라』(마태 5, 37)하셨다. 진리 또는 진실은 인간이 자신의 행동으로 참된 것을 보여 주고, 말로써 참된 것을 표현하고, 필요한 경우에 참된 증언을 하는 덕목이다.
Ⅱ. 진리를 증언하라(2471∼2474)
사람은 스스로 진리를 간직하면서 정의가 요구 할 때에는 진리를 증언해야 한다. 순교는 그리스도 교인에게 복음의 진리를 증언하는 최고의 행위이다.
Ⅲ. 진리 또는 진리를 거스르는 죄(2475∼2487)
진리를 거스르는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죄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남을 속이려는 의도로 거짓을 말하는 것이다. 거짓을 말한다는 것은 어떤 사물(事物)에 대한 자신의 인식과는 다른 표현을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물에 대하여 잘못 인식한 것을 그대로 표현했다면 「틀린말」은 되지만 거짓말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A라는 사물을 어떤 이유로든지 B라고 생각하고 그것은 B라고 말한다면 거짓말이 아니고 틀린말이다. 따라서 틀린말은 인식의 오류를 뜻하고, 거짓말은 의지의 허위성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틀린말은 윤리적으로 탓할 수 없지만, 거짓말은 윤리적으로 죄가 된다. 거짓말의 경중(輕重)은 왜곡된 진실의 성격에 따라서, 또 피해자가 입은 손해에 따라서 평가된다. 가벼운 거짓말은 작은 죄가 되지만, 정의와 사랑의 덕을 심각하게 해칠 때에는 중죄가 된다.
타인의 있는 과실(過失)을 타당한 이유 없이 남에게 알리는 것을 비방이라 하고, 없는 잘못을 타인에게 덮어씌어서 남에게 알리는 것을 무함 또는 중상(中傷)이라 하며, 두가지 경우에 다 피해자의 명예나 이익을 손상하는 죄가 된다. 진실과 어긋나는 지나친 찬사나 아첨하는 말도 소죄일 수 있고, 특히 중대한 악습이나 죄를 칭찬하거나 동조하는 아부 행위는 중죄가 된다. 과장된 자랑이나 허풍이나 빈정거림도 진실을 거스르는 소죄를 면할 수 없고, 거짓말을 섞은 농담도 소죄로 간주된다.
정의와 진실을 거슬러 지은 모든 크고 작은 죄들은, 당사자가 용서를 받았을지라도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주어야 한다. 공적으로 배상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비밀리에 간접적으로 배상해야 한다. 정신적이거나 물질적인 이 배상은 가해진 손해의 경중에 따라서 결정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거짓말은 무방한 것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있는데, 이런 풍조는 크게 통탄할 일이다.
크건 작건 거짓말은 진리의 근원이신 하느님께 대한 반역이고, 신의와 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건전한 사회생활을 뿌리에서부터 교란하여 모든 종류의 부정과 부패의 근본 원인이 된다.
정하권 몬시뇰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