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정사목」 참 낯설고 생소한 단어다. 내게도 낯설고 생소한 사목이었다. 교정사목에 대해 특별한 관심도 없었고, 특별한 사람이 하는 사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이 교정사목 전담 신부가 된 것이다.
신자들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교정사목을 하게 됐냐는 것이다. 사실 교정사목은 우연한 기회에, 그것도 많은 두려움과 고민 속에 시작됐다. 사제모임이 있어 교구청에 갔는데 사회사목부 담당 주교님이 부르셔서 교정사목을 해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주교님 말씀을 들었을 때 참 당황했고 두려웠고 걱정이 먼저 밀려왔다. 빈민사목이나 노동사목은 비교적 알려진 사목이라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교정사목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말씀을 듣는 순간 어떻게 하면 도망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주어진 일주일. 참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가난한 이와 함께 하는 삶을 마음속에 그려보긴 했지만 범죄자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별별 생각이 다 들어서 도망갈 구실을 찾았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묘한 호기심과 함께 가장 가난한 이들이 수용자들이라는 생각에 쉽게 떨쳐 버리지 못했다. 결국 주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게 됐다.
발령을 받고 처음 찾은 교도소,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높은 담벼락과 경교대 대원들. 몇 개의 철문을 지나 도착한 성당은 성당이 아니라 창고 같은 강당이었다. 낡은 의자에 정돈되지 않은 집회실 분위기, 수번과 방번을 양쪽 가슴에 달고 앉아 있는 형제들의 모습….
미사를 하면서도 혹시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해서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못했다. 어떻게 미사를 하고 나왔는지 정신이 없었다. 다만 바깥보다 더 춥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교정사목,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사목이 라는 말도 듣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나 역시 많은 사건 사고를 겪으며 혼자 가슴앓이 한 적도 많았고 하면 할수록 어려운 사목이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어려운 삶을 살아온 형제, 자매들을 만나면 가슴이 아프고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 무력감과 자괴감도 들게 된다. 또한 함께 지내던 형제들이 다시 교도소에 들어가면 내 책임인 것 같기도 하고 고민하게도 된다. 그리고 형제들을 의심하고 쉽게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해본다.
하지만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힘 역시 형제들이었다. 엄청난 아픔과 상처 속에 절망과 좌절로 미움 속에 살던 형제, 자매들이 신앙을 통해 변화되어 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열망을 지니고 새롭게 살아가려고 애쓰는 형제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 아름다움이 내 발목을 잡는 셈이다.
그간 만난 형제들은 오히려 상처받은 가난한 영혼들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삶을 헤쳐나오기 위해 몸과 마음이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 그들은 처벌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통한 사랑의 치유가 더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나 역시 많은 편견을 가지고 갇힌 형제들을 대했다. 사실 교도소 담장보다 더 높은 담을 쌓고 살아왔었다. 그러나 내가 만난 형제들은 내게 희망을 주었다.
이제 마음의 벽을 헐고 갇힌 형제자매들을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새로운 삶을 찾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갇힌 이들 마음 안에 계신, 환하게 웃는 주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이영우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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