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으로 교리 왜곡… 현혹 주의
베르토네 추기경, 공개토론회 가져
교회·예수에 대한 거짓으로 가득
“읽지도, 특히 사지도 말라” 강조
최근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는 「다빈치 코드」(Da Vinci Code)라는 책을 둘러싸고 공개 토론회가 벌어져 화제가 됐다. 언론의 호들갑처럼 교황청의 본격 대응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다빈치 코드」의 이상 열풍에 대한 사목적 관심을 촉구하는 계기로 보는데에는 무리가 없다.
‘다빈치 코드’ 열풍
국내에서 소설 「다빈치 코드」(Da Vinci Code, 댄 브라운, 베텔스만)의 판매량이 3월 들어 200만부를 넘어섰다. 100만부 돌파까지 6개월이 걸린 반면, 200만부 돌파는 기간이 절반으로 단축됐다. 21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키다가 2월초 2위로 내려왔지만 300만부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는게 출판가의 관측이다. 곧 나올 「다빈치 코드 일러스트판」 역시 10만부 가량 팔릴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03년 3월 미국에서 첫 출간된 뒤 전세계 44개 국어로 번역돼 2400만부가 팔려나갔다. 미국에서 1000만부, 한국내 판매고는 아시아에서 최고다.
유사한 작품들도 잇달아 출간됐다.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루비박스)를 시작으로 「다빈치 코드의 진실: 해설편, 사전편」(예문), 「다빈치 코드 깨기」(규장), 「다빈치 코드의 비밀문서」(이레미디어)가 잇따랐다. 최근에도 「다빈치 코드의 비밀: 최고전문가 46인이 밝히는 진실과 허구」(루비박스), 「성혈과 성배」(자음과 모음)가 출간됐다.
「다빈치코드 진실인가 허구인가」(생명의말씀사), 「다빈치코드에 숨은 거짓과 진실」(라이트하우스) 등 반박서도 나왔지만 이들 역시 그 열풍을 거든 꼴이 되고 있다. 인기는 책에 그치지 않고 내년 상반기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가 나올 예정이다.
‘대응과 무시’ 사이 딜레마
이처럼 그리스도교의 교리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왜곡하고 폄하하는 소설이 전세계적인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상 앞에서 가톨릭교회의 대응은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즉, 허구와 거짓으로 가득한 이 소설이 진지한 신학적, 역사적 논쟁을 할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교회의 대응이 필요해지는 상황 자체가 당혹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많은 독자들이 그리스도교와 그 역사에 대해서 왜곡된 지식을 갖게 되는 상황을 내버려둘 수만도 없다.
최근 이탈리아 제노바교구에서 마련된 한 공개 토론회에 몰린 관심은 이러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오랫동안 가톨릭교회가 조용했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반 언론들은 이에 대해서 『교황청이 다빈치 코드에 대항하는 십자군을 결성했다』는 식의 다소 과장된 보도를 하고 있지만 실상 이는 한 교구에서 신자들에 대한 사목적 필요에서 개최한 소규모 논쟁의 자리에 불과하고 그것이 교황청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 수도 없다.
제노바 대교구장인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은, 3월 16일 「다빈치 코드, 역사 없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강당은 물론 복도와 창문까지 수백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에서 교황청 신앙교리성 차관을 지낸 베르토네 추기경은 이 책에 대해 『검토하고 공개적인 반박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기를
그는 이에 앞서, 3월 15일, 바티칸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빈치 코드는 반가톨릭적 정서를 악용하는 마케팅 전략을 썼으며 교회와 예수에 대한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하며, 『읽지도, 특히 사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공개토론회에 강연자로 참석한, 튀린에 본부를 둔 신흥 종교운동연구소 마시모 인트로비녜(Massimo Intro vigne) 소장은 이 책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사회학적 요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오늘날 사회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음모」와 「비밀결사」에 대한 흥미, 그리고 점점 더 노골적이고 악의적으로 나타나는 반가톨릭적 정서이다.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 의장 존 P. 폴리 대주교는 지난해 12월, 가톨릭계 통신사인 CNS와의 인터뷰에서 『다빈치 코드는 사람들의 종교적 관심을 신비현상에 대한 관심과 음모론 등을 한데 엮어낸 것』이라며 『가상의 이야기이기에 역사적, 사실적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피상적인 종교적 지식을 지닌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을 마치 복음처럼 여기고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제는 바로 알아야
국내에서도 일각에서는 사목적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월간잡지 「참 소중한 당신」은 올해 1월호부터 「다빈치 코드, 그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매월 다빈치 코드의 오류를 지적하는 특집을 싣고 있다.
「참 소중한 당신」은 특집 첫 회에서 이 책의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야기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면서 그 허구성을 8가지로 지적하고 있다. 즉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결혼설 ▲위경과 정경에 대하여 ▲시온 수도회의 존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 ▲콘스탄티누스대제와 니체아 공의회 ▲이교도의 신화 모방설 ▲여신과 여사제 ▲신약성서 날조설 등이다.
이 잡지는 이상 8가지의 문제들이 해명되면 대체로 「다빈치 코드」의 허구성이 거의 입증되는 것으로 보고, 4월호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각론에 들어가 다빈치 코드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있다.
「다빈치 코드」는 그 엄청난 판매량과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할 만큼 지적인 작품도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다만 그것이 워낙 광범위한 계층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기에 이로 인한 혼란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소년시절에나 잠시 관심을 가졌던 탐정소설에 분류될 수 있는』 정도의 책을 『많은 사람들이 선택했다는 것이 그저 의아할 뿐』이라면서도 『이 소설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의 머리가 혼란스러울 것』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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