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8주년 특집-스테인드 글라스와 단청
「색과 빛을 통한 천당과 극락 구현」.
스테인드 글라스와 단청(丹靑)이 지니는 의미를 함축한 말이다.
중세 고딕양식 성당의 어둡고 침침한 실내를 보석같이 찬란하게 밝혀주었던 스테인드 글라스. 화려하고 강렬한 빛의 효과는 마치 하느님 왕국이 갖는 신비함과 경건함을 잘 드러내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더욱 열심히 기도하고, 깊은 묵상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건축물을 습기나 해충으로부터 보호하고 건축재질의 단점을 화려한 색으로 가리기 위해 시작된 단청. 하지만 점차 윤회나 해탈에 대한 종교적 심성을 표현하게 됐고, 여기에다 법당이나 궁전의 권위와 복을 기원하는 마음도 함께 담겨지게 된다.
전례공간 내 신앙적 매체개 역할
스테인드 글라스의 주제의 원천은 다양하다. 예술가들이 주제를 선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온 대상은 신구약성서. 하지만 성서 소재의 시각적 표현 방법은, 니케아의 제2차 공의회에 결정에 따라 예술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의해 결정됐다. 이외에도 그리스도의 가계도, 문장(紋章), 그리스도의 얼굴, 성자와 그 표징, 색, 숫자, 꽃, 나무 등도 소재가 됐다. 단청 문양(紋樣)의 대상은 모든 자연물에다 상념적인 부분까지도 포함된다. 기하문에다 자연문, 동물문, 식물문, 초엽문(草葉紋), 길상문(吉祥紋) 등 수없이 많다.
로마네스크 시대(11, 12세기)와 고딕시대(13, 14세기), 르네상스 시대(15, 16세기)를 거치면서 종교예술의 한 형태로서, 각 시대의 건축 양식이나 시대적 사상의 흐름을 반영한 스테인드 글라스. 시간과 계절, 온도의 차이에 따라, 투과하는 빛의 양과 각도에 따라 변하는 색채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조화는 보면 볼수록 경이롭다.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단청은 고려시대의 불교 융성과 더불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됐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보다 다양한 형태들이 나타나 한국 단청의 전형을 이루게 된다. 불교건축과 결합된 단청은 종교적인 상징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감각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로 이끌어 「불국정토」(佛國淨土)의 관념을 구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시말해 이러한 종교건축물의 색채는 전례공간내에서 신앙적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한껏 수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반사광에 의존하는 2차원적인 단청은 불교 건축의 안팎을 장식하고, 투과광에 의존하는 4차원적인 스테인드 글라스는 구심적인 성당건축의 내부를 장식한다.
5월 14일 한국교회사연구소 주제특강
르네상스 시대의 벽화에 밀려 위축됐던 스테인드 글라스가 현대에 들어오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새 성당 건립이 활발한 한국교회에선 스테인드 글라스의 수요가 폭주하고 있다. 빛과 색을 통해 인간의 감성을 한층 풍요롭게 하는 양 종교의 예술을 현대 건물의 채색에도 적극적으로 도입해보자. 그리고 스테인드 글라스와 단청을 혼합해 좀 더 멋진 종교예술을 창출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편 한국교회사연구소는 5월 14일 오후 3시 평화빌딩 4층 회의실에서 단국대 건축학과 김정신 교수를 초빙, 「불교사원의 단청과 중세고딕교회의 스테인드 글라스의 비교」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갖는다.
사진설명
▶로마네스크 시대(11세기) 독일 아우스부르그 대성당 창문. 동방박사 세사람을 표현하고 있다. 비잔틴과 로마네스크 시대를 거쳐오면서 벽면에 부착된 유리는 차차 창문에 응용되어 스테인드 글라스로 발전하게 됐다.
▶14세기때 건립된 프랑스 파리 세인트 성당 장미창.
▶조선후기때 건립된 구례 화엄사의 대웅전 처마 단층(복원). 단청은 삼국시대 고문벽화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역사가 오래되었으나 지금 남아있는 것들은 대부분 임진왜란이후의 단청들이며. 이마저도 왜란때 소실돼 현대에 들어와 복원된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14세기때 건립된 봉정사 극락전.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단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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