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인가?
“지칠줄 몰랐던 화해와 평화의 사목순방”
공산주의 몰락·종교간 대화에 공헌
교회일치와 인권 수호 노력도 지대
역사적 과오 반성에 5명이나 응답
새로 선출될 후임 교황의 가장 중요한 사목 과제는?
“서구 문화와 그리스도교 가치의 충돌”
“후임 교황, 비그리스도교권서 대화와 증거 통한 선교도 중요”
공의회 정신 구현도 지적 많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서거에 즈음해, 가톨릭신문은 한국 교회내의 신학자 100명을 대상으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장 큰 업적과 곧 선출될 후임 교황의 사목적 과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대상자는 전국의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진을 중심으로, 신학과 철학, 교회법 등 교회 유관 학문을 전공한 학자 및 연구자로서 조사 인원은 총 100명입니다. 그리고 각 설문마다 2가지씩 중복 선택을 하도록 했습니다. 조사시간의 여건상, 좀더 포괄적인 조사는 후일 실시될 것입니다.
조사의 취지는, 첫째, 근현대 교회와 세계를 이끌어온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회 안팎으로 성취한 업적 중에서 가장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함으로써, 그의 생애와 업적을 다시 한 번 성찰하고, 둘째, 후임 교황이 현재 세계와 교회 안에서 해결해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사목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한국교회를 포함한 보편교회의 발전과 성숙을 위한 마음자세를 다지는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업적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칠 줄 모르는 사목 순방을 통해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했다」(60명, 30%)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위 기간 동안 104회의 해외순방을 통해, 129개국을 방문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교황의 순방은 「행동하는 교황』으로서의 그의 이미지를 세계에 전했고 「분쟁과 갈등으로 점철된 세계에서 도덕성을 바탕으로 세계 평화 건설」(19명, 9.5%)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공산주의 몰락」(40명, 20%)과 「종교간 대화와 화합」(41명, 20.5%)도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장 큰 업적으로 손꼽혔다. 그리고 「교회 일치」(18명, 9%)와 「인권 수호 및 인간 존엄성 회복」(10명, 5%)을 위한 노력도 요한 바오로 2세의 눈에 띄는 업적으로 지적됐다.
반면, 신앙과 윤리에 있어서 확고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수호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5명(2.4%)만이 응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일각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세 증가나 외교적 영향력 확대 등 교회 성장에 대한 기여에 대해서는 전혀 응답자가 없었다.
한편 기타 항목에서는 대희년을 즈음한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과오 반성과 용서의 청원을 요한 바오로 2세의 가장 큰 업적으로 손꼽는 응답이 5명(2.5%)으로 나왔다. 이는 교회의 겸허한 성찰의 자세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새 교황의 사목적 과제
새로 선출될 교황의 사목적 과제는 곧 보편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의미한다.
후임 교황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서는 2가지가 지적됐다.
「서구 문화와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가치의 충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와 특별히 아시아, 아프리카 등 비그리스도교권 지역에 있어서의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의 중요성을 각각 40명(20%)이 지적했다.
특히 이 두 가지 문제는 한국 교회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들이다. 먼저, 「서구 문화와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가치의 충돌」이라는 문제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윤리적 가르침들이 서구 사회에서 더 이상 수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볼 때, 낙태, 안락사, 동성애 등의 윤리적인 문제에 있어서 서구, 특히 유럽과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그리스도교의 윤리적 가르침들은 더 이상 일반 세속은 물론, 많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이해되거나 수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가정과 생명 문제에 대한 사목적 대안이 요망된다는 응답이 앞의 두 가지 응답에 이어서 세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즉 「생명윤리 문제」가 새 교황의 주요한 사목적 과제 중의 하나라고 한 응답이 37명으로 18.5%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해서 살인, 낙태 등의 전통적인 윤리 문제 외에, 최근 전세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인간 배아 복제 등 새로운 윤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교회의 입장은 분명하지만, 이 새로운 문제들은 매우 복잡하고, 신학자들의 이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대화와 증거를 통한 선교」는 특별히 그리스도교가 소수인 지역에서 시급하게 지적되고 있는 문제이다.
교황청은 여러 기회를 통해 복음화와 선교를 위한 노력을 강조해왔으며, 이는 교회의 본래 사명에 속한다. 교황청은 특히 복음화란,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세주로 선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많은 지역교회, 특히 아시아에서 복음선포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개방적인 「대화」와 삶을 통한 「증거」라는 성찰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이 문제는 대단히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로 보이며, 새 교황이 이 문제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앞으로 종교간 대화와 교회 일치를 위한 노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주교단의 단체성(Collegiality)과 교회 통치」에 대한 문제는 보편교회와 지역교회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응답자 중에서 20명(10%)이 지적한 이 문제는 특별히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의 지역교회들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지역교회의 보다 폭넓은 자율성의 요구와 관련된다.
실제로 주교대의원회의 아시아 특별총회 등의 기회를 통해서, 지역교회 주교들은 교황청이 주교 임명과 교황청 문헌 작성, 전례문 번역 등에 있어서 좀더 많은 자율성을 지역교회에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주교대의원회의가 좀더 개방적인 토론의 장으로 개선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사제와 사제 성소의 부족은 일부 서구 교회를 중심으로 직무 사제직에 대한 규정 완화의 빌미가 되고 있다. 응답자들 중에서 22명(11%)이 「직무 사제직의 문제」를 새 교황의 주요 과제로 지적한다.
사제 성소의 부족으로 많은 나라에서 사제들은 과도한 사목적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서구 교회 일각에서는 사제 독신제 규정의 완화와 여성 사제의 가능성에 대해서 주장하고 있다. 이들 문제들은, 미국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가톨릭교회에 타격을 준 성학대 문제, 그리고 여권 운동가들의 주장과 맞물려 서구 사회와 교회 안에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평신도 운동과 교회 생활」에 대해서도 24명(12%)이 주요 과제로 응답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재위기간 동안 평신도 운동은 자신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왔으며, 양과 영향력 면에서도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많은 주교들은 이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고, 특히 이 운동이 지역교회의 본당 생활 안에 통합되지 못하고 있음에 대해서 우려하기도 한다.
기타 대답들
새 교황의 사목 과제로서, 설문 문항에 포함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철저한 구현」을 8명이나 지적했다는 사실은 이것이 설문 문항에 포함됐을 경우, 훨씬 더 많은 응답이 나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올해 폐막 40주년을 맞아 그 가르침과 정신을 재성찰하고 오늘날 교회에서 보다 철저하게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의회 정신의 실현과 관련해, 한국교회가 오히려 공의회 이전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가 일부 신학자들 사이에서 강력하게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새 교황은 보편교회 전반에 걸쳐, 제3차 바티칸공의회가 아닌, 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이 얼마나 실현되었는지를 재검토하고 더욱 강력하게 공의회 정신을 교회 생활과 사목 생활에서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응답자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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