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길은?”
예수님이야말로 이스라엘을 로마인들의 학정으로부터 구원해 주실 분이라고 희망을 걸고 열심히 따랐었는데, 대사제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이 그분을 관헌에게 넘겨 무참히 십자가형에 처하여 죽이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그분의 시체마저 무덤에서 사라졌으니 그분의 제자들의 슬픔과 절망감이 오죽했으랴!
그분에게 걸었던 모든 기대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자 상처받은 마음으로 생각마저 하기 싫은 예루살렘을 떠나 삼십리길이나 떨어진 시골인 엠마오로 떠나는 두 제자에게 부활하신 예수께서 접근하시어 하루길을 동행하시면서 당신과 연관된 성서구절을 풀이해 주심으로 그들의 마음을 뜨겁게 감동시켜 주셨다. 엠마오에 도착하셔서는 식탁에서 빵을 들어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시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 보았는데 예수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은 슬픔과 좌절과 절망에서 벗어나 다시 기쁨과 희망과 용기를 회복해서 예수님을 잡아 죽인 도시인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가 그리스도 부활의 증인이 되었다는 내용이 오늘 복음의 핵심이다.
내가 잘 아는 어떤 이는 평소에 우리 가톨릭교에 호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차에 신자인 친구의 권유와 인도로 예비신자 교육을 받으면서 성당에 다니게 됐고, 마침내는 기쁨과 감격속에 본당 신부님과 신자들의 열렬한 축하속에 세례를 받았다.
그때 까지는 너무나 신앙 생활이 재미가 있었고, 모든 신자들이 천사로 보여 기도와 미사참례에도 열심히 했고, 여러 신심 단체에도 가입해 열심히 재미있게 보람을 느끼며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 그의 영세 대모가 며칠후에 꼭 갚아 준다면서 많은 돈을 꾸어 달라고 하여 빌려 주었는데 도무지 갚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또 그분의 남편은 신자인 친구의 빚보증을 서주었다 친구가 부도를 내고 사라져 그의 빚을 떠안게 됐다. 그래서 자신마저 부도를 맞게 되었을 뿐아니라 본당의 신심단체 회원들과도 마음이 많이 상해서 신앙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집에 있던 기도서, 십자고상, 성모상, 묵주, 성서, 성가집, 미사수건까지 모두 보자기에 싸서 사제관 문앞에 갖다놓고 분노와 절망속에서 냉담하고 말았다.
나는 그를 찾아가 위로 하면서 성령 묵상회에 한번 갔다 오라고 권하였고 그는 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나의 간곡한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마지못해 교구에서 개최하는 2박3일 성령묵상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그는 거기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은 특별한 사랑과 교육을 받은 제자로부터 인신매매를 당하시고 그토록 사랑을 베푸신 백성들로부터 하느님을 모독한 죄인과 황제를 거역한 역적으로 몰리어 처형되셨는데도 불구하고 배신자들을 조건없이 먼저 용서하셨을 뿐아니라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아버지께 기도하시면서 죽으시는 예수님을 만났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없이 울면서 재산상 손해를 입힌 사람들을 용서하게 되었고 떼인 돈은 완전히 포기하게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분노와 증오와 절망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어 감사와 기쁨에 충만되어 보다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봉사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십자가상 처형사건은 너무나 큰 충격과 절망이 아닐 수 없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에 부활하셨지만 그분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이 숙식을 함께 하면서 우리 오감으로 늘 느낄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그렇기에 제자들은 그분과 하룻길을 함께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분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그분은 신앙의 대상이시지 감각의 대상이 아니시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그분이 성서를 풀이해 주실 때에 마음이 뜨겁게 감동되고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나누어 주실 때에야 그분이 주님이심을 알게 되지 않았는가?
제자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에 기쁨과 희망과 신앙과 용기로 재충전되어 그리스도의 부활을 선포하고자 날이 이미 저물었음에도 불구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예루살렘으로 서둘러 갔던 것이다.
우리도 예수님을 만나려면 성서와 전례에 적극 정성을 기울여야 되겠다.그러면 우리의 영안이 점점 더 밝아져서 우리와 항상 함께 계시면서 우리를 위로하시고 격려하시면서 치유를 시켜주시고 방향을 제시해주시면서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주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보다 성숙한 신앙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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