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들은 든든한 동반자”
서울 종로구 체부동 「라파엘의 집」. 시각장애 등 중복.중증의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이곳에는 벌써 10년째 장애아들과 동고동락하는 이가 있다.
아이들 26명을 돌보며 시설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 박광원(스테파노.47.서울 가좌동본당) 총무다.
박씨가 장애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년 전인 1986년. 청각장애인 복지시설인 운보원에서 직업훈련 교사로 일했을 때부터다. 박씨가 장애인들의 재활을 돕는 교사를 사회생활의 첫 직업으로 택한 것에는 뚜렷한 의지나 이유가 없었다. 장애인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갖지도 않았던 터였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제자들이 열심히 노력해 자립하고 가정까지 꾸리는 것을 보며 박씨는 차츰 장애인과 함께 하는 삶에 보람을 느꼈다.
『처음에는 교사와 제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장애를 극복하고 독립해 열심히 살아가는 제자들이 어느 순간 나의 동반자처럼 생각 되더군요』
박씨는 라파엘의 집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도움 없이는 거동도 할 수 없고 치료의 희망조차 없어져버린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평균수명도 일반인의 절반정도에 불과한 아이들과의 생활은 지치고 힘들 때도 많다.
박씨는 『고작 물리치료 정도 밖에 해 주지 못한다는 한계도 느끼고 힘들 때도 많다』면서도 『이 아이들이 정성된 보살핌을 받으며 편안히 삶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다는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박씨가 처음 교사를 시작했던 1980년대에는 장애인이라는 말조차 없었다. 장애인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열악했다.
『당시에 비하면 장애인 복지는 눈에 띄게 개선됐죠. 하지만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느낌입니다』
박씨는 장애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힘 있는 목소리로 개선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차별 없는 이웃사랑을 기초로 한 교회의 동참도 필연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박씨는 장애인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처우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종사자들이 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것에 보람과 용기를 갖도록 뒷받침해준다면 그들은 사회와 교회로부터 받은 것을 장애인들에게 그대로 전해줄 겁니다. 그들은 그럴만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종사자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어렵고 힘든 시설 종사자 생활. 때문에 박씨는 2년간 장애인 곁을 떠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다.
박씨는 올해야 비로소 전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정식으로 사회복지사가 됐다. 장애인들을 위해 보다 더 열정적으로 그리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의지 때문이다.
『이 길이 평생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지만 단호히 말하는 박씨는 4월 24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주최하는 장애인의 날 기념 「 한 자리축제」에서 모범종사자 표창을 받는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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