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그리스도의 향기 전하자”
예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당신의 아버지의 집에로 돌아가서 제자들이 있을 곳을 마련해 놓고 그들을 데리러 올터이니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당신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당신을 믿으라고 당부하신 다음 아버지를 뵈옵게 해달라는 제자에게 당신을 뵈옵는 것이 곧 아버지를 뵈옵는 것이라고 대답하신 것이 오늘의 복음내용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년전인 유신 군사독재 시대에 어떤 젊은이가 민권운동을 하다가 붙잡혀가서 매도 많이 맞고 옥살이도 오래 하면서 고생을 많이 하다가 광복절 특사로 풀려 나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감시와 당국의 간섭 때문에 국내에서는 인권운동은 커녕 직장생활도 할 수 없게 되어, 하는 수 없이 뉴질랜드에 일찍 이민을 가서 사슴농장으로 기반을 닦고 생활하시는 아버지께로 가 농장일을 거들어 드리면서 살기로 아버지와 합의를 했다.
그리고 이민수속을 밟으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에게 아빠는 『뉴질랜드에서 큰 농장을 경영하시는 할아버지께로 먼저 가서 우리가 살 집도 마련해 놓고 가구도 새로 들여놓고 너희들을 데리러 올터이니 그동안 형인 네가 어린 동생들을 잘 돌보면서 학교에도 결석하지 말고 잘 다니고 있어라. 여기 약간의 예금되어 있는 통장과 도장이 있으니 낭비하지 말고 필요할 때 조금씩 찾아 써라. 그리고 이웃에 사시는 이모님에게도 당부해 놓았으니 무슨 어려운 문제가 생기거든 이모님에게 말씀드려서 해결하도록 해라』하고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아들에게 당부했다. 그러자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아이가 할아버지를 한번도 못봐서 어떤 분인지 궁금한데 아빠가 좀 이야기 해달라며 조르자 아빠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아빠는 할아버지를 빼닮았단다. 외모도 같고 키도 같고 목소리도 같고 걸음걸이도 같고 체격도 같고 성격도 같고 식성도 같고 취미까지도 같으니까 나를 보면 할아버지를 뵙는 것과 같다』
예수께서는 온갖 죄악과 고통과 가치관의 혼돈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시어 고군분투를 하셨건만 기득권자들로부터 엄청난 저항과 박해를 받으시고 마침내는 십자가행을 받고 죽으시기까지 하셨다.
그러나 우리에 대한 그분의 사랑은 죽음보다도 더 강했기에 부활하셔서 당신의 아버지에게로 올라가시기 전에 사랑하시던 당신 제자들에게는 아버지의 집에 그들이 있을 곳을 마련하는대로 그들을 데리러 오시겠다는 약속을 하시고 그동안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당신께 희망을 걸고 잘 살라고 당부하셨다. 그러시면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7성사를 제정해 주셨고 협조자 성령을 즉시 보내주시겠다고 하시면서 당신의 어머니까지 우리의 어머니로 받들도록 주셨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예수께서는 하늘에 계신 당신의 아버지를 빼닮으셔서 당신을 뵈옵는 것이 곧 아버지를 뵈옵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가르치심을 믿고 따르는 우리는 예수님을 닮아야 되지 않을까? 비신자들이 우리를 보고 보이지 않는 예수님과 그분의 아버지 모습까지도 연상할 수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인도의 마하트만 간디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크리스챤들에게 『나는 그리스도를 좋아하는데 크리스챤들은 싫어합니다. 왜 당신네들 크리스챤들은 당신네 스승이신 그리스도를 닮지 않았습니까?』라고 비난했다.
예수께서는 당시 우리의 조상은 아브라함이라고 우쭐거리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에게 아브라함의 자손이면 아브라함과 같이 살라고 하셨다.
『나보고 주님 주님한다고 다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이행하는 사람이라야 천국에 들어간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면 아버지의 뜻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버지의 뜻만을 따라서 철저히 사시다가 돌아가신 예수님을 보면 알 수 있다. 예수님은 당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호소를 한번도 외면하신 적이 없으실뿐 아니라 모든이에게 모든 것이 되셨다.
아무도 관심조차 갖지 않는 하찮은 사람들을 당신처럼 대하라고까지 하셨다.
그렇기에 마태오 복음 25장에서 최후심판의 기준을 미소한 한사람 한사람에게 당신을 대하듯 사랑을 베풀었느냐 아니냐로 삼겠다고 하셨던 것이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제자들인 우리도 그리스도를 닮아 어디를 가든지 주위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도록 살아야 하겠다.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기사입력일 : 2005-04-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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