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이라도 해서 흩어진 가족 모아야죠”
아이들은 고모집에, 어머니는 교우집에 얹혀살며 숙식 해결
『두 번 사는 거나 다름없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우리 다은이, 형은이에게 너무나 미안 합니다』
배종호(36)씨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이 온 몸에 입은 화상의 아픔보다도 더 깊고 쓰리게 다가온다.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가난 속에서도 자식들 커가는 기쁨으로 감내하며 살았던 배씨에게 지난 2월 7일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과거다.
휘발유를 옮기던 중 옮겨 붙은 불은 배씨의 온몸을 휘감았다. 화염화상 30%. 얼굴과 양팔, 몸통 등에 3도의 깊은 화상을 입었다. 여수에서 서울로 급히 실려와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계속 악화됐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사투한 보름여. 배씨와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긴 날들이었다.
피부 이식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회복한 배씨는 현재 일반병동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재활치료를 받는 배씨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사고 전 배씨 가족은 배씨와 부인 김현순(34)씨가 밤마다 대리운전을 해 번 돈으로 살아왔다. 월세 10만 원짜리 단칸방이 배씨 가족의 보금자리였다. 3년 전 석유가게를 하다 실패해 빚도 4000만원이나 있는 상태. 부양해야 할 어머니 조우점(안젤라)씨는 본당 교우 집에 살며 교우들이 주는 용돈과 식사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배씨의 화상치료 때문에 부부가 서울에 있다 보니 월세 10만원 내기도 벅차다. 이번 달이면 1년간의 월세기한이 만료돼 집에서 쫓겨날 처지다.
아홉 살, 일곱 살인 두 딸 다은이와 형은이는 집에서 나와 고모 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월세 10만원도 못 내는 배씨 가족에게 화상 치료비 1500여 만 원은 너무나 버겁다.
『한쪽 눈도 보지 못하시는 어머님이 아이들 돌보며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머니는 그저 자식 놈 살았다고 좋아하시지만 막상 이렇게 치료 받으면서도 걱정이 앞서요』
화상치료 때문에 햇볕을 쬐면 안 되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는 빨리 치료 받고 당장 일부터 해야 한다는 배씨. 다행히 대리운전은 밤에 하기 때문에 괜찮다며 웃음 짓지만 웃음 뒤에는 깊은 슬픔과 절망이 배어있다.
※도움 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874 (주)가톨릭신문사
기사입력일 : 2005-04-24일자
카리타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