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께서 던져놓은 그물 이제 걷어야할때”
세계언론 교황선종 집중보도·검색도 폭발
일반인의 관심을 선교기회로 적극 삼아야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 하세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남긴 말은 여러 해 동안 세인들의 가슴에 남아 회자될 듯 보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가톨릭교회는 「큰 별」을 잃었다. 11억 가톨릭신자들의 정신적인 지주이며 신앙의 위대한 사표로 자리했던 교황의 서거는 전 세계 교회를 애도의 물결로 들끊게 했다. 슬픔에 잠긴 것은 비단 가톨릭신자 뿐이 아니다. 종교와 민족, 국가를 초월한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한평생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한 교황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명복을 빌었다.
하지만 교황의 선종은 세계 평화의 선도자를 잃었다는 애석함으로만 다가오진 않는다. 한평생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교황은 임종이 임박했을 때도 그리고 선종 후 베드로성당에 묻히는 그 순간에도 교회에 값진 선물을 안겨줬다. 전 세계인들에게 가톨릭교회의 사랑과 화해의 정신을 깊이 각인시킨 것이다. 세상의 눈은 가톨릭교회로 쏠렸다.
교황선종에 관심 쏟아져
교황이 선종한 4월 3일 새벽(한국시간)부터 하루 동안 세계 유수 신문.방송사 웹사이트에는 3만5000여 건의 선종 관련 뉴스가 보도됐다. 이는 「9.11 테러」나 「레이건 전 대통령 서거」, 「부시대통령 재선」 보다 월등히 많은 수치다.
선종 후 이틀간 보도된 뉴스에는 교황의 이름이 440만 번 거론됐으며 「평화의 수호자」, 「위대한 지도자」, 「경애하는」 등 교황을 수식하는 수식어도 숱하게 쓰였다.
특히 「역사적인(historic)」이라는 형용사는 무려 200만 번 사용됐다는 인터넷 뉴스 전문 검색기관 「글로벌 랭귀지 모니터(www.languagemonitor.com)」의 발표도 나왔다.
교황 선종에 대한 국내 언론의 관심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공중파와 케이블 등 국내 방송사들은 선종 직후부터 속보와 특보를 반복하며 교황 선종 관련 바티칸 현지 표정과 한국교회의 반응을 보도했다. 교황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 방송사들은 서울 명동성당에 중계차를 급파해 생방송을 준비했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도 집중 편성, 방영됐다. 한 공중파 방송의 경우는 교황의 건강상태가 나빠진 1년 전부터 제작에 들어갔던 다큐멘터리를 긴급 편성해 방영했다.
교황 선종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도 폭발적이었다. 3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다음(Daum)」, 「네이버(Naver)」 등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집계한 인기 검색어 1위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등 교황선종과 관련된 단어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일대기와 업적 등을 담은 출판물도 대형서점에 판매부스가 따로 마련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럽에서는 교황의 생애를 담은 TV 영화 시리즈가 제작됐으며 미국에서는 교황의 생애를 담은 영화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콘클라베를 통해 선출될 제 삼천년 기 첫 교황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크다. 「콘클라베」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심층기사에서부터 차기 교황에 대한 추측성 기사 등 선정적인 내용까지 연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일반 언론과 방송사의 집중적인 보도로 신자들에게도 생소했던 「콘클라베」와 그 과정, 교황 물망에 오르내리는 추기경들의 이름은 이제 비신자들에게도 친숙 할 정도다.
교회 이미지 크게 부각
교황 선종에 대한 관심이 금세기 최고의 뉴스로 손꼽히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인가.
우선 교황의 지위와 영향력이 한 국가의 원수나 한 종교의 지도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황이 생전 세계 평화와 인류 공존을 위해 기여한 거룩한 업적은 민족과 종교를 초월한다.
한국 언론의 관심이 높았던 것도 이유가 있다. 두 차례나 방한한 교황이 우리말로 미사를 봉헌하고 논어의 한 구절을 첫 인사로 건네는 모습은 신자와 비신자를 불문하고 너무나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교황의 선종은 가톨릭신자들 뿐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뉴스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인구대비 신자비율이 10% 안팎인 나라의 언론이 보여준 반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교황 선종에 대한 방송과 기사가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고무적인 것은 보도량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뉴스나 특집 프로그램에 비춰진 교황의 생애와 업적, 가톨릭 신자들이 한마음 한몸으로 교황을 애도하는 모습 등이 가감 없이 신문지상과 방송전파를 통해 비춰짐으로써 한국교회 나아가서는 세계가톨릭교회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높아졌다.
교황이 선종 전 남긴 메시지는 이미 유행어가 됐고, 평생을 민족.국가.종교간 화해를 위해 일한 평화의 사도로 표현된 교황의 모습으로 가톨릭교회가 추구하는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이 가감 없이 전달됐다.
과거에도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호감이 가는 종교로 꼽히던 가톨릭은 이번 교황 선종을 계기로 평화와 화해의 사도를 따르는 이들의 종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교세성장의 계기로
교황의 선종과 장례, 새 교황 선출로 이어지는 최근은 전 세계 인류가 가톨릭교회로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시기다. 물론 한국교회도 사회 전체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따라서 교황 선종을 통해 불붙은 가톨릭에 대한 관심을 활용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교회를 알리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양떼 대열에 동참하자고 제목소리를 낼 때가 무르익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회가 급성장한 1970~80년대, 성장의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였다.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화운동 대열에 가장 앞장섬으로써 대중의 호응을 크게 받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한국교회 150주년, 200주년 기념대회 등 일련의 대규모 행사 개최로 대내외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선종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했던 1984년과 89년에는 신자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물론 이 같은 결과가 교황 한 사람만의 영향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뒤 정황에 비춰 볼 때 현재 교황 선종과 새 교황 선출과 맞물려 일어나고 있는 교회에 대한 대내외적인 관심 증가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보면 교세성장의 한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결과를 추측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몇몇 본당에서는 교황 선종 후 미사참례자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20%까지 증가했다. 한 본당 관계자는 세례를 받고 싶다는 문의도 평소의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발 빠르게 선교활동에 나서고 있는 본당도 있다. 서울 압구정1동본당(주임=정병조 신부)은 4월 14일 레지오 단원과 구역 반장단 등 본당 신자들을 대상으로 「왜 무엇 때문에 선교해야 하는가」 주제 특강을 가졌다.
이번 특강은 가톨릭교회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시기를 본당의 적극적인 선교 기회로 삼고자 마련된 것이다.
정병조 신부는 『교회에 대한 인식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시기이고 신자들도 신앙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크다』며 『전후 상황을 적절히 활용해 선교에 박차를 가하고자 이번 특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본당은 한 달 여 간 선교운동을 펼쳐 5월 15일 예비신자 환영대회를 열 계획이다.
세상의 빛과 소금돼야
교회로 집중된 이목은 우리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의지를 가다듬는 하나의 기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생전에는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보이며 교회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우리 신자들은 그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선교가 어떤 것인지 몸소 체험했다.
이제 우리 신자들이 교황의 모습을 본받고 따르며 나서야 할 때다. 교회에 쏟아지는 관심을 가톨릭교회가 지니고 있는 보편성의 테두리 안에서 소화하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러했던 것처럼 포용과 관용의 자세로 형제.자매들을 평화와 화해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 모으는 다짐과 실천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교황이 생전 당부했던 것처럼 「함께 모여 기도하는, 그리고 함께 행복한」 그리스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4월 11일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손병두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교황님처럼 돌아가신 후에도 이처럼 전교를 열심히 해 주신 분은 없으실 것』이라고 말했다. 마침 교황의 4월 기도지향은 교황이 던져 놓은 그물을 걷는 일은 이제 우리의 몫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선교 성소를 꽃피우는 성덕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지니도록 기도합시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2005년 4월 「선교 기도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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