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선 축제 한편에선 비판”
교황 고향 가까이 살아 기쁨과 감동 더해
다음은 독일에서 유학 중인 허광철 신부(대구대교구)가 교황 선출 직후인 4월 20일 인터넷 가톨릭신문 「독자마당」에 올린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전문은 가톨릭신문 홈페이지(www.catholictimes.org)에서 볼 수 있습니다.
새 교황님의 고향인 작은 마을 마르크틀(Marktl am Inn)은 제가 사는 레겐스부르크(Regensburg)에서 별로 멀지 않기에 특별히 기쁨과 감동이 더한 것 같습니다.
풍경 하나.
돌아가신 교황님을 위한 미사 때 본당신부님에게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 교황님이 될 가망이 있냐고 물었다. 그의 자신 있는 대답. 『Nein』(아니).
형님 신부인 게오르그(Georg Ratziger)가 레겐스부르크에 살기에 추기경을 만나기도 하고, 다양한 소식을 듣는 그의 대답이기에 신빙성이 있었다. 새 교황님 선출을 확인하고 본당신부에게 전화를 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라는 나의 들뜬 목소리에 『왜 나한테 축하하노?』 놀라는 빛이 역력했다.
풍경 둘.
방금 전까지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지 않았음을 확인했지만, 타종 버튼 누르기가 왠지 떨린다. 유치원 선생인 크리스티나에게 『오늘따라 종치는 것이 겁난다. 사람들이 새 교황님이 선출된 것으로 오해하면 어떡하지?』라고 말하자 그는 『아냐, 오늘은 힘들거야. 내 생각에 내일 쯤?』 이라고 말한다.
아직 연기가 오르지 않았기에 오늘도 아직 기회는 있다고 말하며, 억지 논리로 한마디 덧붙였다.
『오늘(4월 19일)이 교황 레오 9세 축일인데, 그분이 독일 사람이었다니, 만약 오늘 새 교황님으로 라칭거 추기경이 되면 정말 재미있겠다』
이렇게 대화하는 바로 그 순간, 로마 시스티나 경당에서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중략)
풍경 넷.
축하주로 와인 한잔 따라놓고, 저녁 내내 TV시청을 했다.
바이에른 지방, 특히 새 교황님의 고향은 바로 축제가 선포되었고, 많은 이들이 독일인의 영광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다음 이어지는 보도는 각계 인사들의 소감.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새 교황님이 겪으실 도전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하느님의 축복을 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냉철한 독일인들의 습성상 벌써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여러 비평가들 특히 한스 큉 같은 동시대 신학자는 콘클라베 결과에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전해왔다 하고, 항상 붙는 「보수주의자」라는 이름하에 사람들은 수많은 요구들을 하기 시작했다. 교회의 변화와 신앙의 보존에 대해….
눈이 피곤하다. 아니 귀가 피곤하다. 그냥 구경하는 보잘 것 없는 이 작은 신부가 이러할 진대, 새 교황님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피곤하셔야 할까. 『나는 여러분의 기도를 믿는다』는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마디를 기억하며, 묵주 들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허광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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