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의 제자 김정희 교수
“빗나간 현 문명 맞서 그리스도교 윤리원칙 전개”
청중 심금울린 명강의
라칭거 교수님을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뵈었던 때가 1971년 겨울학기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과 선교신학」란 주제로 한 강의 내용은 청중의 심금에 감동을 안겨 주었다는 것을 청중의 박수에서 눈치 챌 수 있었다. 독일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맨 앞자리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때이었기에. 그런데 이게 왠 날 벼락인가?
교수님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한국 교회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당황한 나머지 『한국 교회는 성직자 중심 교회로 아직은 멀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또한 남성 중심이어서 여성의 지위는 교회 안에 아직도 요원할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교수님과 나와의 인연은 이렇게 맺어졌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교수님은 작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 성서의 가난 정신을 온 몸으로 행하고 있는 분이셨다.
독일 쾰른교구 프링스 추기경은 35세된 젊은 라칭거 교수를 2차 바티칸공의회의 자신의 조언자로 천거하시면서 『나는 그에게서 「역사와 세계 교회의 숨소리」를 듣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했듯이 스승님을 대학에서 처음 뵈옵는 순간 그의 예리한 통찰력과 그의 온유함은 그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기회였다.
라칭거 교수님은 20년 앞서 전례적 쇄신의 입장을 취하신 분이셨다. 그의 그러한 입장은 한편으로는 어떤 것도 변형시킬 수 없다고 완고하게 주장하는 광신주의를 향한 것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례 쇄신을 위해 낭비한 모든 것이 오히려 하느님의 자리를 가려버릴 수도 있다는 위험을 예고했던 것이었다.
20년 앞서 전례쇄신 입장 표명
그는 20년 후에 실현되어질 문제점을 20년 전에 이미 예견했고 또 오늘의 교회가 「재창조론」을 주장하는 이론들에 맞서 진리를 증거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었다.
또한 이 모든 것을 시간성 속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과 종말의 시간에 하느님께서 이 모든 것 자체를 보호한다는 것에 대해 하느님도 만족할만한 답을 내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레겐스부르크 대학에서 이 모든 문제를 다시 종합하는데 그의 신학적 가능성 전부를 헌신적으로 바쳤다. 이러한 작업이 익어갈 무렵인 1972년 4월 나는 라칭거 교수님을 만났다. 주교로 임명되시던 날 성모님의 도움과 위로를 청함도 그의 주교사명을 성모 마리아 어머님의 손아래 완수하고자 하심이었다. 그런 뜻을 그의 「교의와 선교」라는 책과 「시온의 딸」에서 엿볼 수 있다. 주교가 된 후에도 신학적 학문성을 포기하지 않으시고, 주교로서 학자로서 불안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겨자씨의 희망」을 심었고, 특히 주교로서 빗나간 현대문명에 맞서 그리스도교적 윤리 원칙을 과감하게 전개하셨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교회를 위해 쓴 「교리의 위기와 극복」이란 책은 방황하던 모든 교리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우리 모두가 그를 「진리의 협조자」로 받들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의 학문과 저서를, 그의 가르침을 새겼다.
새 교황에 선출된 스승
이제 스승님은 새 교황으로 뽑히셨다. 새 교황이 되신 베네딕토 16세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더불어 세계를 포괄하는 새 사명들을 최대한 준비하셨다.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 하나는 두 분이 교회와 공의회에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적대시했던 두나라 폴란드와 독일의 대표자들이 세계교회를 함께 걱정하고 배려해 왔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볼 때 하느님의 거룩한 정신만이 인간의 모든 야심을 녹아내리게 할 수 있었다. 빨간 모자를 쓴 지존한 교회로서가 아닌 겸손하고 가난한 교회의 모습을 보이셨다.
희망과 기쁨의 교회에서 고통과 번뇌의 교회를 투명하게 밝힘으로써 현대교회의 종말론적 범위를 수용하기도 했다.
제3차 공의회 인도를 희망하며
지난날 로마교회가 옳고 그름에 대한 판가름에서 항시 뒤늦게 처방하여 바티칸을 「굼뱅이」로 내 몰았던 사람들과도 대화를 통해서 시대의 물음에 응답했다. 그의 저서들이 「도덕의 위기」, 「교회안의 여성」, 「전례의 쇄신」, 「마지막의 것」, 「마귀와의 고별」, 「종교일치에 대한 물음」, 「해방신학」 등의 단편집을 통해서 공의회의 관점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공의회의 조언자 라칭거 스승님은 우리에게 공의회 정신을 새롭게 알렸다. 그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근원적인 텍스트에 비추어 극좌에 대항하여 비판했다. 그것의 상징형인 르페부르와 더불어 온건한 전통주의의 극우를 지지하였다.
이제 새 교황이 되신 스승님께서 그리스도교적 제3차 공의회를 인도해 줄 것을 바라면서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 하느님의 축복을 간구하고 싶다.
<김정희(빅토리아) 교수는 독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전남대 윤리교육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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