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4,15~21
“아버지께 구하면 성령을 보내겠다”
예수님은 제자들과의 이별을 앞두고 그들에게 지극한 사랑과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키게 될 것이고, 내가 아버지께 구하면 다른 협조자 곧 진리의 성령을 보내주셔서 영원히 함께 계시도록 하실 것이다. 나는 너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고 너희에게로 돌아오겠다. 그날이 오면 너희는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과 너희가 내 안에 있고 내가 너희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숭고한 사랑일수록 상대방 위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며 살아간다. 사랑이 치열할 수록 상대방을 위해서 희생하고 봉사하고 자기가 갖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그것이 물질이건 명예건 정이건 몸마저 주고 싶어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하므로써 보람을 느낀다.
아기를 낳아서 키워본 엄마들은 누구나 다 체험했을 것이다. 자기가 낳지는 않았지만 누가 문밖에 버리고 간 아기를 얼마동안 키우다가 홀트 아동복지재단에서 외국인에게 입양시키겠다고 아기를 데리러 왔을 때 그동안 정이 너무 들어 아기를 키우던 여인도 울고 아기도 가기 싫다고 여인을 붙들고 우는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보았을 때 나도 덩달아 울어버린 기억이 난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농촌에서 살았는데 5일마다 찾아오는 시골장날에는 아직 젖을 빨고 있는 송아지를 팔고 싶은 사람은 엄마소를 끌고 오면 송아지는 제발로 엄마를 따라 소시장으로 오곤 했다. 그러다가 누구엔가 송아지가 팔려 고삐를 매고 끌려갈 때면 엄마소도 울고 팔려가는 송아지도 몸부림치면서 우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팔려간 후에도 며칠동안은 엄마소도 송아지도 계속해서 우는데 애처롭기 그지 없었다. 엄마소 생각은 송아지 뿐이고 송아지 생각은 엄마소 뿐이기 때문이었다.
『어미된 자로서 누가 자기의 젖먹이를 잊겠는냐? 설사 너희는 잊을지라도 나는 결코 너희를 잊지 않겠노라』고 하신 하느님께서는 사랑자체 이시기 때문에 우리 생각뿐이시다.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셨으면 당신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겠다고까지 하셨겠는가? 너희는 악할지라도 너희 자식들에게 좋은 것을 줄줄 아는데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너희에게 더 좋은 것 곧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고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는 그토록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독생성자를 우리에게 주시기까지 하셨고, 예수께서도 그토록 우리를 사랑하셔서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렇게 하라고 하시면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시어 당신의 아버지를 우리에게 주셨고, 십자가 위에서는 사도 요한을 통하여 당신의 어머니마저 주셨고, 당신의 몸과 피까지 우리의 먹이로 주셨을뿐 아니라 부활하신 후에는 다락방에 모여 있는 사도들에게 발현하시어 성령을 받으라 하시며 당신의 입김 즉 숨결을 불어넣어 주셨다. 또 오순절에는 협조자이신 성령을 태풍과도 같이 강하게 불혀와도 같이 뜨겁고 밝게 우리위에 쏟아 부으심으로써 당신의 신비체인 교회를 탄생시키셨다.
한 동네에 살면서 서로 서로 사랑은 하면서도 겉으로는 사랑한다는 내색 한번 해보지 못한채 마음에도 없는 다른 배우자와 결혼한 갑순이 머리속에는 갑돌이뿐이고, 또 갑돌이의 머리속에는 갑순이뿐이었기에 결혼한 첫날밤에 그토록 울었다지 않는가?
그렇다면 사랑이 당신의 본질이신 아버지의 마음은 당신의 자녀뿐일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예수님은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하셔서 아버지한테 보고 들은 것만을 가르치셨고 아버지께서 시키시는대로 따르셨고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것만 하심으로써 예수님의 마음과 아버지의 마음은 완전히 하나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우리도 예수님이 가르치신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을 실천한다면 성부의 마음과 예수님의 마음과 내 마음과 성령께서 완전히 하나가 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리되면 예수님의 말씀대로 『내가 아버지안에 있다는 것과 너희가 내안에 있고 내가 너희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전에 젤뚜르다 성녀께서 수녀님으로 생활하실 때에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와 기도를 부탁하곤 하였는데, 기도해 주겠다고 약속만 해놓고 깜빡 잊고 못했는데도 기도를 부탁한 사람이 찾아와 기도해주셔서 일이 잘 풀렸다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날 기도중에 예수님이 환시로 나타나셔서 수녀님이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예수님의 대답은 『네가 내뜻대로 살겠다고 결심한 날부터 나는 네뜻대로 살기로 결심했다』고 하시더란다.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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