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사목을 하면서 만난 많은 만남 중에는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로사리아 할머니와 루치아노 할아버지도 그런 경우다.
로사리아 할머니는 「여의도 차량질주사건」으로 애지중지하던 손자를 잃었다. 그런데 그 손자를 죽인 살인자를 찾아가 용서해준 것이다. 할머니는 그를 용서했을 뿐 아니라 옥바라지에 구명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할머니의 용서를 통해 신앙을 갖게 되고 요셉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하지만 할머니의 고통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며느리가 자식을 잃은 고통으로 병을 얻었고 결국 목숨을 잃은 것이다. 또 정정하던 할아버지마저 일찍 세상을 떠나시게 되었다. 가족이 연이어 세상을 뜨자 할머니는 요셉을 용서할 수가 없었고 하느님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손자 하나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부족해 연이어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요셉이라고 생각하자 원망과 미움이 그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결국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찾으면서 2년만에 다시 그 형제를 찾아가 용서를 해주었다. 그 형제 역시 눈물로 진심어린 참회를 했고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할머니는 그 형제를 양자로 삼았다. 많은 가족을 잃고 얻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할머니는 노력했지만 결국 그 형제는 1997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할머니는 그 형제의 마지막을 지켜주었고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그 아들을 위해 기도하겠노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데 그런 일이 또 일어났다. 유영철사건으로 세 가족을 잃은 할아버지가 유영철을 살려달라고 탄원서를 낸 것이다. 이 할아버지는 사건이 일어난 후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루치아노 할아버지는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하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 고민 고민하다가 갑자기 죽기 전에 유영철을 용서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곧바로 검찰청을 찾아가 그를 만나기를 원했지만 결국 무산돼 탄원서를 작성해 검찰에 제출했다.
루치아노 할아버지는 탄원서를 내고 용서하고 나니 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삶에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 국회에서 열린 사형폐지 촉구 결의대회에도 참석하셨다. 할아버지가 쓴 탄원서의 내용은 이렇다.
『당신의 손에 우리 어머니와 사랑하는 처, 4대 독자인 아들을 죽인 것에 나는 용서를 빌고 사회의 잘못된 현실이 잘못된 것에 책임이 있습니다. 당신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부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으로 살아가시며 절대로 죽어서는 안됩니다. 당신이 만약 사형을 당하면 나도 그날 사형날(죽는 날)이옵니다. 판사님 절대로 죽여서는 안 됩니다. 가족을 대표해서 용서를 빕니다』
두 분을 만나면서 그분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이 피부로 와닿는 것 같아 마음이 참 아팠다.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고 신앙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용서를 통해 얻어지는 평화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피해자 사목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 피해자 사목의 절실함을 느끼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내게 전해준 고마운 선물이다.
-이영우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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