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인성교육은 영성교육이다”
「제7차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21세기 교육개혁을 위한 창의적.인성적 교육을 목표로, 2000년 초등학교, 2002년부터는 고등학교에 적용되어 온 현 정부의 교육기조이다. 말하자면 오늘날 초중고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해 학교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1세기형 교육적 모델로 제시된 「창의적이고 인성적인」 제7차 교육과정의 목적이 아직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우선, 창의적 교육에 대해 살펴보자. 지금 대학은 「신입생 보충수업 중」이다. 대학들은 제7차 교육과정으로 공부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첫 세대인 올 신입생들의 턱없이 부족한 학습능력을 보충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서울대, 경희대, 연세대, 한양대 같은 곳에서도 이공계에 진학한 신입생 2명 중 1명이 고교에서 미적분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이들을 위한 수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국민일보 3월 25일자 1면). 또한 각 대학의 교수들은 신입생들이 미적분 같은 수학분야 뿐 아니라, 주어진 글을 읽고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기초능력에 있어서도 훈련되지 않았다고 한숨을 짓는다. 기초적인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교육」이란 어불성설로 들린다.
한편 「인성적인 교육」의 효과 또한 아직은 실감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일진회를 비롯한 각종 학교폭력이 쉼없이 뉴스거리로 등장하고, 시험과 내신에 관련된 각종 부정사건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아마도 가장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염려스럽게 했던 것은, 교사들이 대가를 받고 시험지 답안을 대신 작성해 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상이 어지럽다 보니 별일을 다 보는구나 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인성교육을 그토록 강조하고 또 수많은 교육자들이 노력했건만 왜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의 인성교육은 중요한 요소가 결여된 절름발이 교육이었기 때문이다.
인성이란 무엇일까? 인성(人性)은 말 그대로 인간의 본성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이란 인간본성을 위한 교육 혹은 인간의 본성을 따르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논리적으로 볼 때,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 잘 정의해야만 올바른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육체와 영혼의 합일체로 본다. 여기서 영혼은 단지 종교적인 기능만을 하는 기관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습득한 것을 정리.활용하는 이성(理性), 개인적.사회적 가치를 내면화하는 인성(人性), 그리고 초월적 가치를 추구하는 영성(靈性)을 통합하는 장소이다.
따라서 인성교육은 인간의 세 가지 본성인 이성, 인성, 영성의 요구를 충족시킬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의 인성교육 과목들을 일별해 보면 민주시민교육, 환경교육, 경제교육, 심리학, 한국문화 정체성교육, 정보윤리 교육 등이고, 이는 이성을 통한 지식과 마음을 통한 가치관 사이의 균형을 꾀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무게가 이성(理性) 쪽으로 기울어 있어, 인간의 영적인 측면에 접근하고 있지 못하다.
민주시민교육이 어찌 사람과 조직에 관한 질서에 관한 내용이겠는가. 진정한 민주시민교육이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심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또한 환경교육이 물, 바람, 공기, 나무, 햇빛에 대해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지니셨던 형제적 사랑과 자연을 허락하신 신에 대한 경외심을 제외하고 어찌 성공할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진정한 인성교육은 영성교육이다.
최준규 신부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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