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악몽 벗고 나비처름 훨훨 날았으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개인적 악몽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가기를 바랍니다』
전통연희의 현대적 접목을 시도하며 깊이있는 극과 다양한 창작뮤지컬을 쏟아내온 연출가 방은미(요한네스 보스코.극단 아리랑 대표)씨가 우리민족의 과거사를 주제로 한 또다른 생각거리를 들고 왔다.
새롭게 무대에 올리는 작품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나비」. 재미 극작가 김정미씨가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집과 취재를 토대로 쓴 것으로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위안부(Comfort Woman)」라는 제목으로 공연돼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오래 전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연극으로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김정미씨의 희곡이 미국 무대에 올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이 작품이다」 싶었죠』
방씨는 『나도 그 당시에 태어났더라면 그러한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 땅에 사는 연극인으로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은 풀지 못한 숙제와 같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일본군에 의해 이리저리 찢겨진 몸과 마음을 가족들에게 조차 드러내지 못하고 어두움과 두려움을 누에고치 마냥 꽁꽁 둘러감고 살아왔습니다. 이번 연극을 통해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위로를 전하고 또한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방씨는 피해자 할머니가 자신의 과거와 한꺼풀씩 대면하는 과정을 표현하며 역사 뒤로 감춰지고 왜곡된 만행에 대해 그 죄와 책임을 묻는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군수물자, 천황의 하사품으로 기록돼 있기까지 합니다. 왜 하필 그때 태어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겪어야했는지, 그 아픈 경험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을 나눠보고자 합니다』
특히 방씨는 『할머니들의 아픔 만큼 그러한 역사적 희생을 겪지 않은 우리 사회 모든 이들이 진실을 밝히는데 힘써야한다』며 『더욱 많은 이들이 진실회복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성당 등지에서도 순회공연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연극 ‘나비’는
2005년 서울연극제 개막작
12일까지 학전 블루 소극장
지난해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나비」는 치밀하고 탄탄한 극적 구성을 인정받아 5월 4일부터 펼쳐지는 2005년 서울연극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딸 내외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김윤이 할머니는 유난히 깔끔한 성격에 남과 어울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어느날 대학생 손녀가 소개한 서울 할머니들. 일본군 위안부였던 그들은 수치스런 과거를 숨기려는 김 할머니에게 일본의 만행을 폭로하는데 동참하자고 설득하는데…. 고통의 진실을 밝히려는 이와 외면하는 이의 갈등을 통해 수십년간 쌓인 분노와 한이 터져나온다.
분명하고 진실하게 창조된 캐릭터와 배우들의 내면 연기가 돋보인다.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5월 4~12일 공연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가 후원하며 교사증을 가진 이들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문의 및 순회공연 신청=(02)765-4953, 741-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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