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도 문득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처음 낯선 「교도소」란 곳을 접하니 이곳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곳이란 걸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절실히 느낀 것은 그곳의 1년은 사회의 10년과도 같은 지루함, 그리고 뒤쳐지는 제 자신이었습니다. 벌써 전과 2범이라는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문득 자업자득이라는 말도 있듯이 전 얼마든지 올바르게 살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쉽고 남에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어두운 세계를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평범하고 올바른, 정직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남을 도와주지는 못해도 남들 앞에 떳떳하고 올바른 나란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교도소에서 보내온 편지이다. 이 친구는 20대 후반의 형제인데 출소 후에 사무실을 찾아와 갈 곳이 없다고 해서 평화의 집에서 함께 살았었다. 감옥에 간 형제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이 친구도 참 불우한 삶을 살았다.
이 친구는 어릴적 부모님과 행복하게 삶을 살아온 기억이 없다. 늘 낮에도 불빛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하 쪽방에서 생활했고 더구나 아버지의 외도로 어머니와의 불화가 끊이지 않아 어릴적부터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결국 부모는 이혼을 했고 새 어머니의 학대를 못이기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첫 가출을 했다.
돈 한푼도 없이 떠돌아 파출소를 찾아가 집도 없는 고아라고 거짓말을 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결국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고아원이라 좀 안정된 생활을 했지만 끝내 집이 그리워 고아원을 나와 집으로 갔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집을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범죄를 하게 되어 교도소를 들락거리게 되었다.
이 경우는 비단 이 친구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들은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이지만 어떤 면에서 보면 피해자일 것이다.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가정과 사회에서 내몰려 갈 곳 없이 방황하다 범죄를 저지르고 범죄자가 되어 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자로 내몰린 이들….
편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삶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결국 이 친구는 다시 교도소를 갔다 왔고 지금은 소식이 끊긴 상태이다.
오늘도 중학생이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를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맘이 아프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누가 이 절망의 고리를 끊고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돌아온 아들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골치 덩어리 아들을 품을 수 있는 넓은 어깨가 이 사회에서 얼마나 남아있을까 생각해본다.
수용자들을 위한 기도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수용자들의 죄는 그들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
더불어 살기에 각박하고 차가운 우리 사회의 공동 책임이오니,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함께 나누어지고
이 사회의 참 인간화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빛이 되게 하소서』
-이영우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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