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일동본당 장애아부 주일학교 ‘파란마음’ 10주년
“신앙 향한 열정만은 장애도 막지 못하죠”
10년 전
1995년 4월. 서울 명일동본당의 가건물 교리실에서 아주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고(故) 박은종 신부, 김리디아 수녀와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교사 8명. 그리고 장애인 20여명이 함께 한 가운데 장애인들을 위한 주일학교가 문을 열었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교회에서부터 사회 저변에 확대되길 바라며 성모님의 파란 망토 속에 자신들을 봉헌하고자 주일학교 이름을 「파란마음」으로 정했다.
시작은 힘들었다. 교사와 장애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건 주위의 편견어린 시선들. 본당 신자들조차 장애인들과 함께 미사 참례 하는 것을 꺼렸다. 학생미사 후 텅 빈 성당에서 따로 미사를 봉헌했다. 정신지체, 다운증후군, 자폐증 등 각종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을 위한 교리도 힘들었다. 교재가 없었기에 교재와 교구(敎具)를 교사들이 직접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교리를 시작한 후 3년 만에 첫 영성체를 모실 수 있었다.
『누구보다도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을 통해 하느님을 쉽게 그리고 빨리 만날 수 있었죠』
교사로 활동했던 김인옥(파비올라)씨가 맑은 마음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알려주었던 학생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불러본다. 영민, 승휴, 수한, 종성….
10년 후
영민, 승휴, 수한씨를 만난 건 5월 1일. 당시 20대였던 이들은 30대를 훌쩍 넘은 나이가 됐지만 아직 주일학교 「거듭나기반」 학생이다.
이날 서울 명일동본당(주임=박인선 신부) 지하 소강당에서는 장애아부 주일학교 「파란마음」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두 개 학급 20여명의 장애인들로 시작된 「파란마음」은 현재 아동, 청소년, 거듭나기 반 등 총 세 개 학급 23명의 학생과 14명의 교사들이 함께 한다. 9시 청소년미사 때는 「파란마음」을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돼 있어 일반 주일학교 학생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한다. 매년 본당의 날에는 고등부 주일학교 학생들과의 통합교리도 열린다.
10년간의 발자취를 동영상으로 더듬어보고 장애아 부모와 교사들의 축하 공연도 열려 행사는 더욱 빛났다. 헤어졌던 선생님들을 다시 만난 주일학교 학생들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가득했다.
『장애인도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교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파란마음」의 교감 서은영(그라치아)씨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신앙생활을 하지 못한 채 소외당하는 장애인이 많다며 교회가 장애인들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배려해 줬으면 하는 소망을 이야기한다.
다음 10년에도
「파란마음」은 올해 「거듭나기반」을 개설했다. 95년부터 주일학교를 다녔던 성인들로 구성된 거듭나기 반에서는 「복음나누기」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처음 시도되는 것이어서 어려움이 많지만 복음나누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장애인들만의 소공동체도 꾸릴 계획이다.
또 지난 10년간의 교리교안과 교재, 회의록, 사진, 동영상 등을 정리한 데이터 베이스(DB) 작업도 올해 중점사업으로 추진한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파란마음의 각종 자료들은 현재 장애아부 주일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곳 뿐 아니라 새롭게 개설하고자 하는 본당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누구보다 먼저 장애인들의 아픔과 고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던 이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또 한 번 장애인들과 함께 할 것을 다짐한다. 다음 10년에도 오늘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하는 희망은 파란마음 교사들이 작사 작곡한 교가에 가득 담겨 강당에 울려 퍼진다. 「이제 우리 손잡고 믿고 앞으로 함께해요 영원히.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아 그대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는 하나란 걸 그리고 영원히 함께 할 거란 걸」
기사입력일 : 200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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