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종교에 대한 총체적 이해 필요”
현대의 종교 문화적 상황에 대해서는 기존의 연구에서 다양한 분석과 제시가 이루어졌다. 그 내용들을 종합하면 대략 두 가지 범주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종교 본래 의미의 쇠퇴 혹은 왜곡 현상」이다. 이 문제는 다시 기존 종교 전통 내에서의 문제와 종교 전통 밖에서의 문제로 구분된다.
기존 종교 전통 내에서의 문제로 우선 종교생활의 형식화를 지적한다. 종교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종교가 진정한 삶의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문제이다. 진정한 삶의 의미나 초월성에 대한 추구로서 종교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친분관계 형성이나 계층적 이익집단 참여 등의 세속적인 필요성에 따라 종교생활을 선택하는 것이다. 아울러 근본주의의 문제도 종교 전통 내부에서 종교 본래의 의미가 왜곡되고 있는 대표적인 예이다. 진지한 태도로 종교생활을 유지하지만, 현실 삶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스스로 편협하게 설정한 왜곡된 종교 범주 안에 갇혀버리는 문제이다.
종교 전통 밖에서 종교 본래의 의미가 쇠퇴하고 있는 문제는 세속화라는 개념으로 집약해볼 수 있다. 현대 사회의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종교도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고, 이러한 변화를 세속화의 개념과 연관시켜 설명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세속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대략 다음 여섯 가지 형태로 설명한다. 첫째는 종교의 쇠퇴이다. 종교 신도, 성직자, 조직 등의 수가 감소하고, 종교적 관심과 참여율, 사회적 중요성 등이 약화되는 현상이다. 둘째는 이 세상과의 동조로서, 종교의 형태가 점차 세속적인 것을 닮아가는 현상이다. 셋째는 종교로부터 사회의 이탈이다. 사회 전체가 점차 종교적인 영향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이다. 넷째는 종교적 신앙과 제도의 변형이다. 다섯째는 세계의 탈성화(脫聖化)이다. 여섯째는 성스러운 사회에서 세속적 사회로의 이행(移行)이다. 결국 세속화의 문제는 종교 본연의 모습으로부터의 쇠퇴와 변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대의 종교 문화적 상황을 설명하는 두 번째 범주는 「대체종교 현상」이다. 종교의 세속화 문제는 일차적으로 기존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비판 현상으로 이어졌지만,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현상을 초래했다. 현대인들은 종교의 세속화, 과학의 발달, 물질문명의 발달 등으로 인해 일단 기존 종교로부터 멀어졌다. 그러나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려는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기존 종교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형태들을 찾게 되었다.
이러한 현대의 새로운 문화 형태들은 형식적인 면에서는 전통적인 종교와 다르지만, 현대인들에게 작용하고 있는 의미와 기능은 넓은 의미에서 종교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새로운 종교문화 현상을 「대체종교」(유사종교, 신영성 운동)라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이에 관한 분석과 평가 작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뉴에이지, 단학(丹學), 명상수행 등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한국 가톨릭도 분명 이러한 현대의 종교 문화적 상황 안에 위치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현대의 종교 문화적 상황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깊이 있는 분석,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하고 단정 지으려는 태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러한 종교 문화적 상황을 형성시킨 전체 맥락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오지섭 <서강대 종교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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