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운동 활성화로 교회출판 위기 극복”
교회 출판활동에 평신도 공간 확대·번역물 편중 현상 해결해야
잠실7동본당 신심서적 읽기 운동은 독서문화의 새 방안 제시
출판사 공동협력·본당 성물방의 서원화·본당 도서실 운영 필요
가톨릭신문사는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와 함께 한국교회 출판활동의 역사를 돌아보고, 현황을 점검하며,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는 워크숍을 5월 10일 오후 1시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개최했다. 「한국교회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열린 이 워크숍은 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과 함께 펼치고 있는 「가톨릭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한국교회에서는 유구한 교회 출판활동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이론적 연구가 부재한 탓에 교회 출판과 독서 문화에 대한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히 정보사회의 도래가 가져오는 문화적 격변의 시대에 인쇄 매체의 환경 역시 급변하고 있으며, 따라서 교회 출판 역시 시대적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진단과 점검의 자리는 이후에도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조강연과 4개의 발제로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서는 교회 출판의 역사, 신학적 성찰, 출판과 독서 현황과 과제, 독서운동의 사례 등 교회 출판 및 독서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검토가 이뤄졌다.
교회 출판의 위기 상황
워크숍 전반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간추릴 수 있다. 하나는 오늘날 교회 출판이 유례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김수태 교수(충남대 국사학과)는 기조강연 「한국 천주교회 출판의 역사」에서 교회 출판의 불황은 『신자들이 교회 출판물이니 마땅히 읽어야 한다는 명분에 더 이상 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이는 초기 교회가 서적을 통해 자발적으로 신앙을 수용했던 것에 비해 놀라운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 출판의 신학적 조망」을 발표한 이종범 박사(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1세기의 포스트 모던한 사회에서는 하이퍼텍스트의 구조가 점차 문화의 중심으로 이동해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교회 출판물은 사회는 물론 교회 안에서도 제대로 독자층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교회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서, 교회 출판물이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며 상품성이 매우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그에 의하면, 한국교회 출판은 열악한 자본과 협소한 시장으로 인해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으며, 더욱이 초세속적인 내용을 담은 교회 출판물이 철저히 세속화된 포스트모던한 사회 안에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제시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박영호 기자는 「한국 천주교회 출판의 현황과 과제」에서 조금 다른 측면에서 「교회 출판의 불황」에 접근한다. 교회 출판이 불황의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반면 가톨릭 신자들의 책읽기는 여전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즉 『신자들이 책을 안 읽어서 교회 출판이 어렵다』는 것은 선입견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박기자는 특히 다매체시대의 경쟁상황, 디지털 환경에 대한 대응 요구, 뿌리깊은 불황이라는 일반적 환경과 협소한 시장과 열악한 재정, 유통망 부족 등 제반 출판 환경이 교회 출판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백원근 연구원(한국출판연구소)은 「우리나라 독서문화의 현황과 과제」에서 「2004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 중 「종교인」 항목을 별도 집계, 일반적인 국민 독서 실태와 종교인들의 독서 현황을 비교 분석했다.
희망적 전망과 교회 출판의 소명
또 한 가지의 핵심적인 논의는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회 출판은 우리가 극복하고 넘어갈 수 있는 희망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 한국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책읽기에 대한 관심들은, 지금까지 교회 출판과 독서활동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매우 중요한 움직임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수태 교수와 박영호 기자는 모두 서울대교구 잠실7동본당의 신심서적 54권 읽기 운동,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가톨릭신문사의 가톨릭독서운동, 최근 들어 두드러지는 교계 출판사들의 공조 노력 등이 교회 출판문화의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여건이 조성되는 계기로 평가했다.
이종범 박사는 한편, 『교회 출판이 일반인들의 기호에 영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또한 상업적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세속 출판과의 경쟁에서 열세에 있다고 해도, 『교회 출판의 신학적 의미는 여전히 살아있다』고 단언한다. 이박사는 나아가 신학적 정당성을 교회 출판이 확보했다고 해도, 문화의 변화에 대처, 즉, 새 출판 문화의 화두가 된 하이퍼텍스트의 구조를 적극 수용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잠실7동본당의 사례를 발표한 이기양 신부는 「『신심서적 54권 읽기」가 본당 신자들에게 가져온 풍부한 영적 쇄신의 열매를 설명하면서, 이러한 형태의 독서운동이 전국의 모든 본당에서 가능하며, 나아가 한 번 맛들인 독서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면에서 한국교회의 독서 문화의 새로운 방안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했다.
다양한 제언들
기조강연 외 4개 발제들은 각각 나름대로 교회의 출판과 독서문화의 진흥을 위한 제안들을 하고 있다. 이같은 제안들은 강연과 발제들이 각각 다양한 시각에서 이뤄진 만큼, 한국교회 출판문화를 진단하고 그 방향을 모색하는 다양한 시각으로서, 추후 보다 세밀한 검토가 요망된다.
김수태 교수는 △한 주제를 전문적으로 하는 출판사의 출현 △교회의 출판 활동에 평신도의 공간 확대 △번역물에 편중된 현상 극복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깊은 관심 등을 표명했다.
이종범 박사는 하이퍼텍스트가 현대 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현상을 주목하면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출판의 디지털화, 특히 하이퍼텍스트화에 달려 있음을 자각하고 인적, 물적 자원의 투자를 할 것을 요청했다.
이박사는 또 다른 발제자들이 번역서 편중 문제를 지적한 것과는 반대로 여전히 선교국인 한국교회에서는 종교가 사회문화화된 유럽의 각종 자료들을 번역하기 위한 투자를 촉구했다. 아울러, 교회 출판의 통합적 기획안이, 특별히 주교회의 차원에서 기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호 기자는 교회 출판의 현황과 과제 전반을 점검한 뒤, △독서인구 저변 확대를 촉구하고 그 일환으로 독서운동의 지속적 전개 △본당 성물방의 서원화와 본당 도서실 운영 △출판사간 긴밀한 공동협력 △뉴미디어 시대의 대비 △대중성과 전문성의 조화 등을 제안했다.
국민독서실태를 바탕으로 종교인들의 독서현황에 대해 발표한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씨는 국가가 공공도서관 확충 등을 통해 독서인구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는 교회 도서관을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백연구원은 또 가톨릭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독서 실태 조사나 문화 향수 실태 조사를 통해 한국 천주교회의 독서 문화 현주소를 진단하고 발전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