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형제도 폐지하며 인권 선진국 면모 드러내길”
사형제도 다룬 영화 ‘데드맨 워킹’의 원작자이자 실제모델
주교회의 정평위 초청으로 두번째 방한…서울·대구서 강연
『살해피해자의 아버지가 「그동안 어디 계셨습니까? 당신의 도움이 절실할 때 만날 수 없었습니다…그러나 누구도 저의 사랑하는 마음을 죽일 순 없습니다」라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던 그 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사형제도를 다룬 영화 「데드 맨 워킹(Dead Man Walking)」의 원작자이자 실제 모델인 헬렌 프리진(Helen Prejean, 66, 미국 성요셉수녀회) 수녀는 사형수에게 자신의 아들을 잃고서도 오히려 사형수와 그 가족을 보살핀 살해피해자 가족의 삶을 들려주는 것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에 심어준 숭고한 사랑의 힘을 역설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초청으로 지난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헬렌 수녀는 『주님은 인간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길을 열어 보여주시고 생각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움직이시는 분』이라는 말로 자신이 펼쳐온 사형폐지운동이 나아가고 있는 최종목적지, 모든 생명이 존중되는 세상을 보여주었다.
『처음 사형수와 연락할 수 있는 주소를 받으면서 어떤 특별한 나라로 갈 수 있는 여권을 받아든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1981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빈민들을 위해 일하다 82년 한 사형수와 편지를 주고받은 것을 계기로 20년 넘게 사형폐지운동에 헌신해오고 있는 헬렌 수녀는 당시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1976년 사형제를 폐지한 캐나다는 당시만 하더라도 사형제 존치여론이 70%를 넘었습니다. 프랑스도 30%의 국민만이 사형폐지에 찬성할 때 사형제를 없앴습니다. 정치지도자들이 사형제도를 폐지할 수 있었던 것은 공동선을 위해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캐나다의 경우 1975~2002년 범죄율을 비교한 결과 사형제 폐지 전인 1975년에 비해 2002년 범죄율이 40%나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 9년간 사형수 4명에 대한 재판을 위해 2억 달러를 쓴 미국 뉴욕주에서 보여지고 있는 모습도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 엄청난 재화를 범죄 예방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썼다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가 예견이라도 한듯 뉴욕주 대법원은 사형제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는가 하면 현재는 사형집행을 중단한 상태다.
『십자가 위 예수님의 사랑은 피해자에게만 머물지 않고 가해자들도 당신의 자녀로 부르십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면이 이런 진리를 애써 외면해온 것입니다』
헬렌 수녀는 특히 『형제의 잘못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환경」이라는 울타리와 공동체의 책임을 보지 않고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개인주의 때문에 사형제도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사형제도를 폐지해 인권 선진국의 면모를 드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내 사형폐지운동에 기대감을 드러낸 헬렌 수녀는 「하느님과 맘몬을 함께 섬길 수 없다」(마태 6, 24)는 메시지를 전하며 다시 한번 성찰의 자세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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