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6,51~58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것이다”
오늘은 원죄와 본죄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품을 떠나 영적으로 빈사상태에 이른 우리 인류를 다시 소생시켜서 하느님의 품으로 인도하시기 위해서 강생하시어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의 먹이로 주시기까지 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의 절정인 성체와 성혈 대축일이다.
본래 이 축일은 그리스도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성 목요일이지만 그날은 곧 이어지는 주님 수난의 어두운 그림자 때문에 마음껏 즐겁게 경축할 수가 없었기에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주일을 하루 더 정해서 경축하도록 한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40년동안 헤맬 때 먹여 살린, 하늘에서 밤마다 내려왔다는 양식인 만나를 무척 먹고싶어 했다. 또 예수님을 따라 다니던 5000여명의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를 남긴 보리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마리 기적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그 당시 그곳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런 기적들은 오늘 경축하는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의 예표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기적의 빵을 배불리 먹은 후, 예수님을 찾아 갈릴레아 호수를 건너온 군중들에게 예수님은 『너희가 나를 찾아온 것은 기적의 의미를 깨달아서가 아니고 단지 빵을 먹고 배불렀기 때문이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요한 6, 26~27)고 하신 후에 『나는 하늘에서 내려 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될 것이다』(요한 6, 51)고 하셨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요한 6, 56)고 하시자 제자들 가운데 여럿이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 하고는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 다니지 않았다』(요한 6, 60 ;66)고 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랑의 성사이기에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조차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교회의 2000년 역사중 성체성사만큼 많은 논쟁과 분열과 이단을 일으킨 교리가 또 있을까?
아직도 이 교리는 교회 재일치 운동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있다.
최후의 만찬 때와 매일 미사 때 빵과 포도주를 들고 『너희는 모두 이를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를 받아 마셔라, 이는 내 피다』라고 사제가 말하더라도 의미만 변하는 것이지 실제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많은 개신교에서는 주장한다. 만일에 실질적인 변화가 아니고 의미상의 변화만 있다면, 많은 제자들이 납득할 수 없다고 주님 곁을 떠나려고 할 때 그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예수님은 다시 설명해주셨을 것이다. 마치 씨뿌리는 예를 못알아들었을 때 따로 가르쳐 주셨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서만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단호하셨다.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보시고 『자,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 너희도 떠나가겠느냐』(요한 6, 67)고.
성체와 성혈을 축성한 다음에도 축성하기 전과 외형상으로 똑같은 것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셔서 누구나 부담없이 쉽게 영하게 하신 큰 배려였다.
만일 축성한 다음에 외형상으로 빵이 시뻘건 살코기가 되고, 포도주가 비린내를 풍기는 시뻘건 선지피가 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미사를 감히 봉헌할 사제가 어디에 있겠으며, 감히 영성체를 할 교우들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렇다면 예수님이 제정하신 성체성사는 실패작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우리는 성체를 받아 먹음으로써 우리의 몸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체질개선이 되고, 성혈을 받아 마심으로써 우리의 혈관에서는 뜨거운 그리스도의 피가 돌게 되어 우리는 그리스도와 완전히 하나가 되고,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1989년도 세계 성체대회가 한국에서 개최되었을 때 성체성사를 생활화 하자며, 사랑의 실천운동을 벌려 헌혈, 헌미, 장기 기증, 결연, 아나바다 운동을 장려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에 호응했던 기억이 난다. 고인이 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작년 10월부터 금년 10월까지를 성체의 해로 선포하시고 성체신심을 권면하시면서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주심으로써 점점 성체로부터 멀어져가는 우리를 다시 성체성사로 가까이 불러주셨다. 예수님이 자신을 아낌없이 온전히 우리에게 먹이로 주시어 우리를 살려주셨듯이 우리도 성체성사의 사랑의 불꽃을 점화받아 우리 자신도 아낌없이 다른 사람의 밥이되어 그들을 살리는 일에 동참해보자.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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