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사목하고 있다고 하면 신부들도 무섭지 않느냐고 한다. 가끔 미사를 부탁하면 꺼려하는 신부들도 있다. 더구나 교정사목을 함께 하자고 하면 슬슬 꼬리를 감추기도 한다. 신부들 역시 접근하기 힘든 사목, 무섭고 어려운 사목으로 인식돼 교정사목을 지향하는 신부나 신학생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신부들마저 꺼려하는 사목을 먼저 시작한 사람들은 평신도들이다. 그것도 여성신자들이 시작했다고 하면 쉬 믿기지 않는다.
사실 교정사목은 후원회와 봉사자 활동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후원회는 일정한 금액을 매월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해 후원해 주는 분들이다. 봉사자들은 매주 교도소나 구치소, 소년보호시설을 찾아 미사를 준비하고, 미사가 없는 경우는 수용자들을 위한 교리나 음악, 치료중심의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복음나누기, 레지오와 그룹상담, 개별상담들을 하게 된다.
교정사목의 봉사자들은 다른 복지시설이나 병원의 봉사자들보다 힘이 든다. 복지시설이나 병원의 경우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종류의 봉사거리가 있지만, 교정사목은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 사람 만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고 마음껏 봉사할 게 없는 경우가 많다. 수용자들과 말 한마디 할 수 없고 많은 통제로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몇 십년간 봉사해온 이들이 계시기 때문에 오늘의 교정사목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가운데 단지 갇힌 이들을 위해 맨 주먹으로,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하게 하셨던 초기의 봉사자들이 있다. 어떤 분들은 갓난아기를 들쳐 업고 친분이 있는 신부님을 찾아다니며 후원금을 모금하고 변두리에 있는 교도소, 구치소를 찾아 차를 몇 번씩 갈아타며 양손에 무거운 간식을 들고 다닌 분들도 있다. 초기 봉사자들 중 몇 분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지만 아직도 몇몇 분은 사형수들의 어머니로 활동을 계속하시고 있다.
그 가운데 한 분이 엘리사벳 자매님이다. 그분은 사도법관으로 유명한 김홍섭 판사의 부인으로 남편 뒤를 이어 갇힌 형제들을 찾아 나선 지가 40년이 넘었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매주 월요일 사형수를 만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는다. 그리고 사형폐지 행사가 있으면 성치 않은 다리를 끌고 꼭 나타나신다. 그분의 소원은 갇힌 형제들, 특히 사형수들을 만나러 갔다가 구치소 마당에서 죽는 것이라고 한다. 그분의 신앙과 열정을 보면 사제인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지금도 교정사목을 지탱하는 힘은 봉사자들에게서 나온다.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하느님을 알아가며 새롭게 변하는 형제자매들의 얼굴을 보면서, 그들의 작은 눈빛과 미소에서 기쁨을 찾고 보람을 얻는 이들이 봉사자들이다. 많이 가르치고 움직여야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면서 아픔을 나누고 하느님 앞에서 함께 머무는 것이 가장 큰 봉사라고 느끼는 봉사자들이 있기에 지금의 교정사목이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봉사자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봉사자분들의 사랑이 갇힌 이들에게 큰 희망입니다』
-이영우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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