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인간배아, 교회는 책임없나?
“죽음의 문화 타개에 총궐기를”
사목 현장선 생명 교육 거의 없어
“주교단의 강력한 입장 표명돼야”
「국보급 과학자」로 불리는 황우석 신드롬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 정부와 연구자들까지도 싸잡아 배아 살해에 나서게 하고 있다. 모든 인권의 근본인 인간의 생명권은 배아 연구에 대한 환호 속에서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생명의 존엄성 수호를 소명으로 삼는 한국 교회의 책임도 없지 않다. 배아 복제 연구가 일부 「생명공학자-생명산업계-정부」의 긴밀한 연대와 「종교계-시민사회」간의 주요한 논란이 되어온 지난 수 년 동안, 교회의 미온적이고 비효과적인 대응은 급기야 「생명윤리법」을 「생명공학 육성법」이 되는데 일조했고, 한국 교회의 모든 신자들은 배아 연구의 비윤리성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무관심과 무지의 한국교회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반생명적인 행위로 반대하는 교회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작 신자들에게도 황우석 박사는 우상이 되고 있다. 심지어 미사 시간에 바쳐지는 신자들의 기도에서 황박사의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그가 노벨상을 받게 되도록 기도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될 정도이다.
천주교 신자들의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은 이미 많은 설문조사들을 통해서 여러 차례 개탄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더욱이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해 야기된 새로운 윤리문제, 인간 배아 연구에 대해서 신자들의 의식 수준은 무방비 상태이다.
여기에는 일차적으로 교회 지도층에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간 배아 연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그러한 인식 부족은 그대로 반생명적인 생명윤리법의 입법 과정과 황우석 박사를 비롯한 일부 생명과학자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비윤리적 연구를 진행하는데 전혀 아무런 제동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
생명과학계의 화려한 승리
배아 연구에 대한 대응은 생명윤리법 입법 노력과 맥을 같이 한다. 생명윤리법 입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0년 11월경, 과기부 산하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설치부터이다. 위원회는 2001년 5월 18일 시안을 발표, 잔여 배아 연구를 부분 허용해 여전히 윤리적 문제가 있었지만 체세포 핵이식 방법의 배아 창출 행위를 금지해 황우석 박사나 마리아 산부인과 박세필 박사 등의 연구는 금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생명과학계의 집요한 요구로 법안은 악화 일로를 달렸다. 생명과학계와 산업계의 끊임없는 강력한 로비와 압력으로 인해 생명윤리법은 표류했고, 시안이 국회 상정 조차 불투명해지면서, 시민단체들은 공동캠페인단을 구성해 대응을 모색했지만 관심과 긴밀한 연대가 부족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배아 연구를 지원해오던 복지부는 2002년 1월 과기부안과는 별도로 시안을 발표, 배아 연구의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 이미 소 난자와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 복제 실험을 황우석 박사는 2000년부터, 박세필 박사는 2002년에 실시해왔던 것이 밝혀졌고 이미 시작된 배아 복제에 대해, 이젠 입법으로 면죄부를 받는 절차만 남았다.
천주교측 생명윤리법안이 발의됐고, 약간의 서명운동도 시도됐지만, 열세에 빠진 생명운동 진영은 진열을 가다듬지 못했다. 2003년 10월 7일 국무회의에서 복지부안이 의결됐고, 12월 29일 반생명적인 생명윤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생명과학자-생명산업-정부」의 긴밀한 연대는 「종교계-시민사회」의 안이하고 지리멸렬한 대응을 거슬러, 배아 복제 실험의 허용을 위한 법 체제를 완비했다. 여기에 황우석 박사 연구팀이 2004년 2월과 2005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화려하게 배아 줄기세포 연구 성과를 발표함으로써, 생명과학계는 온 국민의 환호속에 그동안 집요하게 추진해온 배아 실험의 탄탄대로를 열었다.
소수 관심사에 그친 안일한 대응
생명윤리법 입법 과정에서 우선, 이 문제에 대한 교회의 대응이 소수의 관심사에 그쳐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생명과학계의 집요한 압력과 로비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는 일부 생명윤리학자와 관계자들의 관심사에 그쳐왔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의 성명서에 대해, 일선 사목현장에서는 아무런 반향이 없고 본당 사목자들은 강론이나 각종 교육을 통해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을 신자들에게 주지시켜주지 못했다.
두 번째, 교회의 윤리적 가르침이 원론적인 성명서 발표로만 되풀이됨으로써, 과학과 의학의 전문 지식으로 대응하는 생명과학계와 산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적 설득력이 떨어졌다. 언론은 이러한 교회의 입장 표명을 보수적인 종교, 과학의 진보를 가로막는 발목 잡기, 혹은 난치 및 불치병 환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종교적 이기주의로 몰아감으로써 종교-과학의 대결구도로 선전했다. 배아의 생명 수호를 위한 논쟁에서, 신자 전문가, 신자 과학자와 의사들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세 번째, 조직적이고 실천적인 대응이 이어지지 못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는 그 성격상 연구 기관으로서 전방위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생명윤리법 입법 과정에서 그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위원회 역시 성명서 발표 수준 이상의 실천적인 노력에는 역부족이었다. 따라서 각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캠페인, 실천 노력들이 이어져야 했지만 정작 일선 사목 현장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도 실천도 보이지 않았다.
네 번째, 교회의 생명운동은 대언론 홍보에 완전히 실패했다. 생명과학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며, 일반인들의 경우, 실생활과의 밀접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므로, 언론의 보도 접근 방향에 따라 여론의 향배가 크게 좌우된다. 이는 최근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에 대한 언론의 맹목적인 찬사 일변도의 보도가 배아 연구에 대한 여론을 일거에 한 쪽으로만 몰아갈 수 있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관성 있는 윤리적 지침 외에, 전문적인 과학과 의학 지식에 바탕을 두고, 그 허구와 거짓에 대해 반박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교회 안에서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적 자원은 매우 제한돼 있다.
다섯 번째, 교회 지도층, 즉 주교단의 단호한 사목 방침이 미비했다. 교회의 특성상, 주교단의 확고한 신념과 그 피력은 큰 영향력을 지닌다. 각종 성명서들을 통해서, 교회의 기본 입장은 수없이 되풀이됐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할 때, 좀 더 강력하고 단호한 사목 방침이 수립되고, 신자들에게 주지시켰어야 했다. 특히 그러한 사목 지침들은 고군분투해온 주교회의 유관 부서와 모든 주교단의 공감대에서 전폭적인 것이어야 하며, 사목교서 등을 통해 생명문제에 대한 보다 강력한 입장이 각 교구 차원에서 표명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생명윤리는 이제 벼랑 끝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아 살해는 낙태에 준하는 중대한 비윤리적 행위이다. 교회의 입장은 명확하다. 『배아는 생명이다』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도 시간도 없다. 이제 주교단을 포함한 모든 한국교회의 구성원들은 가장 미약한 생명인 인간 배아들이 무자비한 테러 앞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죽음의 문화」를 타개하기 위해 총궐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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