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설립 목적이 선교인데…”
오는 6월 11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목연구소와 가톨릭교육에 관한 연구기관인 가톨릭학교교육포럼이 공동으로 「가톨릭학교의 종교교육」이라는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해당 사목연구소는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된 배경에 대해 『2004년에 D고교 K모 군의 종교자유 보장 요구 사건으로 인해 개신교 종교 재단이 설립한 학교에서의 종교교육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11일 종교교육 심포지엄
이 심포지엄의 발단이 된 K군은 개신교 계통인 자신의 모교에서 교내의 종교행위 및 예배 참석을 개인의 자유에 맡겨야 한다는 요지의 교내방송을 한 후 서울시교육청 앞 1인 시위에 나섰던 2004년 6월부터, 예배선택권을 약속받고 단식을 푼 9월을 거쳐, 학교당국으로부터 전학을 거부한 까닭에 제적을 당한 것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여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12월까지, K군의 수개월의 여정이 많은 이들의 관심과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교육부 조사에 의하면, D고등학교는 전학생들에게 기독교 교육을 잘 받겠다는 내용의 선서를 하도록 하고, 수요예배에 전교생을 예외 없이 참석하게 하며, 종교과목 시간에 다른 종교를 위한 과목 없이 기독교 과목만 선택하게 하고, 각 학급 부회장의 명칭을 종교부장으로 하여 종교부장이 되려면 교회에 출석한 학생으로 제한을 두는 등 개인의 종교자유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었던 듯하다. 그리하여 앞의 K군과 동료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학생들에 대한 종교계 사립학교들의 강제적인 종교활동을 금지해 달라』는 요지의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현재 한국에 가톨릭계 중학교는 27개, 고등학교는 38개가 있다. 모든 가톨릭학교에는 종교교과 시간이 있고, 그 밖에도 성모성월이나 성탄 같은 전례주기와 졸업식, 수능시험, 개교기념일 같은 학교행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종교활동에 참여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바대로, 가톨릭 학교는 「강제적인」 종교활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도 종교교육에 있어 딜레마를 안고 있다. 우리 가톨릭학교에 재학하는 가톨릭 신자학생의 비율은 20~30% 선으로, 대다수 학생들이 타종교인 혹은 무종교인들로 구성되어 이질적 종교집단을 이루고 있다. 한편 교회는 선교의 목적으로 가톨릭학교를 설립한 것이니 종교교과나 종교예식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딜레마의 핵심이 있다. 정부의 학교평준화 정책으로 학교는 학생에 대한 선발권이 없고, 학생은 학교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 학교는 설립목적에 맞춰 종교교육을 시켜야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딜레마를 시원하게 풀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과연 종교교육이 단지 종교단체의 선교적 목적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교육의 본 목표인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에 진정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을까?
모든 교육은 전인교육
다행스럽게도 많은 교회의 문헌들은 종교교육이 학생의 전인적 형성에 직접 도움이 되며, 따라서 종교계통의 학교에서 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학교에서도 종교교육은 유익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지면 관계로 그 중 한가지만 소개하기로 한다면,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학교 내의 가톨릭 평신도: 신앙의 증인들」은 종교교육을 포함하여 가톨릭학교 안에서 실시되는 모든 교육은 전인교육이며(17항), 종교교육은 어떤 형태의 학교에나 적절하다. 왜냐하면 이는 인간형성의 기본적 차원이기 때문이다(56항). 보다 깊은 내용은 다가올 심포지엄에 기대를 걸어본다. 관심있는 이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최준규 신부 <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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