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증가율 2%… 선교정책 재검토해야
영세 후 관리 등 사목적 대안 마련 시급
2004년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나타난 각종 지표는 대희년을 기점으로 새복음화 재복음화에 총력을 기울여온 한국교회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평균 2%대에 머물고 있는 신자증가율은 한국 천주교회도 타 종교처럼 본격적인 저성장 궤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선교 사목정책과 활동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와 아울러 최근 5년간 평균 4.7%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신학생 수는 사제 성소가 부족해 애태우는 서구 교회의 모습이 멀지 않은 한국교회의 미래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같은 현실은 90년대 후반 들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냉담자율 등을 통해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자칫 교회 공동체 유지의 근간이 되는 신자증가율이나 신자들의 성사 생활 참여율 등의 감소 추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개인주의를 바탕으로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신흥영성운동과 물신주의 흐름 등 사회적인 요인과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사목 전략과 방향 설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군종교구 신자 증가율 돋보여
최근 10년 동안의 전년도 대비 신자 증가율은, 1994년 4%에서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급기야 2002년에는 2.8%로 2%대로 내려앉더니 2003년에는 1%대로 급락하였다가 지난해에는 2.4%로 약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주요 신자 증감 요인인 영세자의 증가라기보다는 각 교구의 행정 전산화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는데 따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교구별로는 군종교구가 8.5%로 2003년의 7.1%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특히 군종교구의 경우, 남성 신자가 지난 2001년 18.8%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이래 2004년에도 12.8%의 증가율을 기록해 「선교의 황금어장」이라는 말을 실증해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그대로 청년 신자의 증가로 연결된다. 즉 20대 연령층에서 증가한 신자수 6만5105명 중 절대 다수인 6만1907명이 군종교구 소속이다. 결국 전국적으로 볼 때 군종교구를 빼면 20대 청년 중에서 새로 늘어난 신자는 3198명에 불과해 군선교가 청년사목의 저수지이자 발원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령별 신자 구성을 보면 40대 연령의 신자가 전체 신자 대비 20.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10살 미만은 5.8%로 가장 낮은 구성비를 보이고 있어 최근 들어 현저히 나타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교회에서 멀어지는 성사 생활
10년 전인 94년 신자 총수의 25%(83만4351명)였던 냉담자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 2004년 통계에서는 11% 늘어난 36%의 수치를 보였지만 숫자상으로는 163만5396명을 기록, 10년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모습이다.
또 2004년 영성체자 총수는 8174만8749명, 고해성사자는 427만740명으로 집계돼 신자들은 지난 한해동안 고해성사를 한번 보고 영성체는 평균 19회 이상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과거에 비해 영성체 전 고해성사 횟수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신자 4명 중 1명만이 교회의 성사 생활에 참여하고 나머지 4명중 3명은 교회와 완전히 유리된 생활을 하거나 적어도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교회의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원인 분석과 대안 마련이 요청되고 있다.
실제 본당마다 차이가 있으나 새 영세자를 찾는 작업에 비해 냉담자들을 다시 교회로 이끄는 작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한 점도 사목자들이 눈여겨 봐야할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면에서 전문가들은 새 신자들의 영세 후 관리 문제를 사목 현안으로 보다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혼인 통해 본 신자와 교회
지난해 혼인건수 2만4394건 가운데 성사혼은 9716건, 관면혼은 1만4678건(60.2%)으로 관면혼 비율이 2003년의 61.5%나 2002년의 61.8%에 비해 다소 낮아진 모습이지만 여전히 성사혼에 비해서 거의 두배 가까울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면혼은 자녀신앙교육 문제와 외짝 교우 문제 등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혼인교육에 대한 지속적 강조를 통해 성사혼 비율이 커질 수 있도록 사목적 배려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사목인력 동향과 사목구 현황
성직자 총수는 2003년에 비해 135명이 증가한 3719명으로 이 가운데 교구 소속 신부가 3055명, 선교 수도 단체 소속 신부가 663명으로 집계돼 1960년부터 2004년까지 평균 4.4%의 증가율을 보였다.
교구 소속 성직자의 사목 유형을 보면, 본당사목 종사자가 1778명(58.2%), 사회.교육.출판.의료 분야 등 특수사목 종사자는 622명(20.4%)으로 10명 중 약 6명이 본당 사목에, 2명 정도가 특수 사목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본당별 전국 평균 신자수는 301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51명이 감소해 신부 1명이 사목해야 할 평균 신자수는 1221명인 것으로 나타나 2003년 1237명에 비해 16명이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교 추이와 과제
사회과학자들뿐 아니라 종교인들에게도 선교가 시장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또 하나의 시장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특히 근래 들어 선교 시장은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되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선교의 현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자증가율은 1960년대 6.1%, 70년대 5.6%로 5% 이상을 유지해오다 80년대 7.6%를 정점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 평균 3.8%를 기록하며 4%에도 미치지 못해 충격으로까지 받아들여진 신자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서는 지난 5년간 평균 2.84% 성장에 그침으로써 가톨릭교회도 타 종교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선교 침체기」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염려를 낳고 있다.
선교 활동의 지표라 할 수 있는 새 영세자수를 살펴보면, 1990년 16만1259명을 필두로 91년 16만5813명, 92년 16만3594명 등 16만명 이상을 유지하다 이후부터는 93년 15만983명, 94년 14만9868명, 95년 13만6779명 등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인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2002년 13만7614명, 2003년 13만5379명, 2004년 13만8715명 등 저성장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현실은 「신자 총수 대비 영세자 비율」에서 더욱 확연하게 표출된다. 82년 9.3%를 정점으로 80년부터 89년까지만 하더라도 평균 7.85%를 보이던 영세자 비율은 90년대 들어서는 1990년 단 한차례 5.9%를 기록했을 뿐 91년 5.6%, 95년 4.0%, 2000년 4.2%, 2004년 3.1% 등 이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여 오고 있다. 98년부터 2000년까지 각각 4.3%, 4.6%, 4.2%로 소폭의 반등세를 보인 것은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전 교회 차원에서 중장기 선교계획을 세워 선교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로 보인다.
특히 새 천년기에 들어선 2000년부터는 「전년도 대비 영세자 증감률」이 -5.9%를 시작으로 2001년 -7.5%, 2002년 -13.7%, 2003년 -1.7% 등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하다 지난해에야 전년에 비해 2.5%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회 고령화로 활력 저하
여기에 더해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사회 전반의 고령화 현상을 훨씬 능가하는 교회의 고령화 양상이다.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가 연령별 신자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를 살펴보면, 만50∼59세 신자는 96년에 95년의 33만3015명에서 3.2% 늘어난 34만3927명으로 증가한 것을 필두로 97년 4.5%, 98년 6.7%, 99년 7.0%, 2000년 2.3%, 2001년 4.8% 증가해 5년 평균 5.06% 증가한데 이어 2003년에는 무려 전년에 비해 22.9%가 급증해 고령자 증가가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이에 비해 만20∼29살 신자수는 96년 전년도의 64만4377명에서 65만9301명으로 2.3% 늘어난 후 97년 2.8%, 98년 2.0%, 99년 2.5%, 2000년에 4.3%, 2001년 4.3%, 2002년 2.5%, 2003년 -7.7% 등 감소세를 보여오다 지난해에 이례적으로 9.4% 증가해 9년간 평균 2.5% 성장에 머물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젊은 세대에 효과적으로 다가서지 못함으로 인해 청년층의 이탈이 타종교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종교 내 청년인구(18∼29살) 비율이 개신교가 44.1%에 이르고 불교 역시 35.1%대로 나타났지만 천주교는 16%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교회 전반의 활력 저하,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성소자 감소와 복음화율의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문제상황으로 지적된다.
젊은이를 주체로
젊은층의 부재가 사목의 황폐화로 이어지는 연쇄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선교 전략과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동엽 신부(미래사목연구소 소장)는 『젊은이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포스트모던 세대의 종교적 성향을 지니고 있어 과거 가톨릭의 모습으로는 다가서는데 뚜렷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며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교회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통합적 처방이 이뤄질 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교회 외부의 청소년.청년들을 찾아 나서려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과 교회 차원의 투자가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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