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십시오”
오늘의 복음성서 내용은 목자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군중을 보시고 불쌍한 마음이 들어 당신의 열두 제자들에게 악령들을 제어하는 권능과 환자들을 고쳐주는 권능과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고 선포하라는 사명을 주시어 파견하셨다는 것이다.
누가 인생을 고해라고 말했듯이 산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에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그만 땅덩어리 위에 60억이나 되는 사람들이 들끓고 있지만 나라는 나라대로 민족은 민족대로 단체는 단체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가?
유치원생이 되기도 전부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충분히 놀지도 못하고 공부를 해야만 한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는 벌써 학원 몇군데를 더 다녀야 하고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는 유명한 가정교사를 초빙하기도 한다. 고등학생이 되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하여 밤잠도 설치면서 코피를 쏟으며 입시공부를 해야만 한다.
대학에 들어가고 부터는 직장을 얻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해야만 한다. 직장에 들어가서는 퇴출되지 않기 위하여 온갖 굴욕과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모두 그렇게 살다보니 친구도 이웃도 없고 모두 외톨이고 내 주위에는 경쟁자와 적들만 들끓게 되었다.
그 숱한 군중속에 휩싸여 살면서도 모두가 뼈저린 고독을 느끼고 있다.
목자없는 양과 같이 시달리며 허덕이는 이 군중들을 당신 대신 구제하라고 예수님은 사도들을 파견한 것이다.
이 군중들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은, 자신을 완전히 비우셨을뿐 아니라 당신 자신마저도 우리의 먹이로 주신 예수님의 겸손과 사랑을 사람들의 가슴에 심어 주고 키우는 것 뿐이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사회에서나, 친구들에게서나 소외당한 사람들은 정말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들에게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상의 어려움까지 가중된다고 한다면 그들의 고통은 극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하실 때에 일반인들에게 보다는 가장 소외되고 있는 이들과 상처받은 이들과 환자들과 죄인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을 베풀었을뿐 아니라 그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곧 당신에게 베푸는 것이고 그들을 외면하는 것은 곧 당신 자신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하셨고, 『내가 여러분을 사랑했듯이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십시오』하고 당부하셨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께서 인도 콜캇타로 가신 것도 그곳에 가장 소외당한 불쌍한 이들이 많은 때문이었고 그분이 선종하셨을 때에 인도 정부에서 국장을 치러드린 것도 인도 국민들이 그녀로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기 때문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선종하시자 온 세계의 장례식이 되다시피 되고 온 세계의 매스컴과 온 세계의 이목이 그곳으로부터 집중된 것도 그분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봉사를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셨기 대문이다.
내가 잘 아는 어떤 교수의 아우가 의사로서 개인 병원을 차리고 있었는데 교회에 열심히 다니더니만 병원도 팔고 물려 받은 유산도 모두 챙겨 가지고 아프리카 오지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봉사하겠다고, 제2의 슈바이처 박사가 되어 가족들을 데리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내가 전에 평신도 선교사로 활동할 때에 어느 한센병 환자 부락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주일 미사시간에 맞추어 막걸리 한통을 받아서 어깨에 매고 찾아가서 미사가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을 마당이 앉히고 술잔 한개와 젓가락 한벌과 김치 한그릇만 가져오라고 한 다음 앞사람부터 시작해서 끝사람에 이르기까지 술잔 한개를 사용해서 술을 따라 권했고 한벌의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어 안주 삼아 먹게 한 다음 제일 마지막에 그 술잔에 술을 따라서 내가 마시고 그 젖가락으로 그들이 먹다 남은 김치를 집어 먹었더니 그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고 분위기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즉석에서 친해졌고 그들이 너무나도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그동안 일반 사회인들로 부터 얼마나 소외감을 느끼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예수님도 한센병을 고쳐달라고 멀리서 외쳐대는 나환자에게 다가가시어 법을 어기면서까지 한센병환자 머리위에 손을 얹으시고 치유해 주신게 아니겠나?
우리 모두의 가슴에 그리스도의 사랑의 불꽃을 점화시켜 우리의 심장이 뜨거워지면 우리의 혈관에는 더운 피가 흐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영안이 열려서 미소한 사람들 안에 현존해 계시는 그리스도를 보게 될 때에 아무도 소외당하는 이들이 없는 낙원이 될 것이다.
허성 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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