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달 5월. 그렇지만 우리 복지관 직원들에게 5월은 「아름답다」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행사들로 인해 어깨에 무거운 힘이 느껴지는 달이다.
우리 복지관의 일년 프로그램 중 가장 큰 프로그램인 「어울림 한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5월이 지났기에 이제는 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벌써 8회째 맞는 행사인데도 우리를 긴장하게 한 이유는 올 해 처음으로 야외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장소도 변경했기 때문이다. 장애인, 비장애인 1200명 정도가 함께하는 행사이다 보니 혹시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게 된다. 더구나 올해는 잔디가 깔려 있는 운동장에서 하는 체육행사이기에 휠체어가 잘 굴러갈까, 누군가 넘어지지는 않을까, 집중되고 질서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까 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신경을 써야했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되자 우리의 이런 걱정은 기우였음을 알 수 있었다. 파란 하늘, 푸른 잔디밭, 환상적인 아카시아 향기가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참석한 모든 장애인, 비장애인들은 마냥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풍선을 손에 들고 얼굴엔 예쁜 꽃과 나비를 그린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에서 운동장에서 하길 잘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빠른 템포의 음악에 흥겨운 몸짓으로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하고 가벼워졌다.
그렇게 점심놀이마당의 다채로운 행사들이 펼쳐지며 흥겨움이 활기를 더해갈 즈음 누군가 내 팔을 잡아끌며 무작정 갈 데가 있다고 걸음을 재촉하는 한 청년이 있었다.
『어디 가는데요? 얘기를 해야죠』해도 막무가내다. 『가보면 알아요. 이리로 오세요』하며 내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팔을 꽉 잡고는 나를 이끌고 간 곳은 운동장 저 편에 있는 아이스크림 파는 수레 앞이었다.
내게 아이스크림 먹겠느냐고 묻지도 않고 덥석 아이스크림을 내 손에 들려주더니 『꼭 수녀님만 드세요. 다른 사람 주지 마세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하나만 사기에 『나만 먹어요. 같이 먹어야지』 했더니 자기는 싫다며 내게 아이스크림을 꼭 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내 셈을 하는 그 친구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도는 감동에 젖었다.
굳이 이 친구의 신상을 밝히자면 정신지체 청년으로 복지관에서 일반 업체에 취업을 알선해주고 지속적으로 직장을 유지하게 지원을 해주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고객이다. 그가 자신이 번 돈으로 그렇게나마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표현은 서툴지만 진실한 마음이 전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순간순간의 가슴 잔잔한 울림으로 인해 힘을 얻으며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재례 수녀〈청주 혜원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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