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주교단“배아연구 지지 국민투표 기권하자”
최근 한국의 황우석 박사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 발표와 미국 하원의 배아 연구 규제 완화 법안 통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6월 중순 또 한 번의 격돌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오는 6월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투표권을 가진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인간 배아에 대한 치료복제와 실험의 타당성에 대해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이 국민투표는 배아 실험을 둘러싸고 국제 사회에서 격렬한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실시돼 다른 나라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민투표를 앞두고 이탈리아의 가톨릭 교회는 배아 연구 규제 완화 법안을 저지하는 것이 향후의 국가 및 사회의 생명윤리 문제를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거의 모든 주교들과 생명운동 단체, 활동가들이 총동원돼 일전을 불사할 각오로 임하고 있다.
이탈리아 주교단은 특히 국민투표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법안에 대해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관점에서, 아예 국민투표를 보이콧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투표에 기권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생명윤리 문제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이례적으로 직접 이탈리아의 국민투표 기권 운동을 적극 지지하면서, 지난 5월 30일 이탈리아 주교회의 총회 참석자들과 만난 자리를 빌어 『인간 존재는 결코 수단으로 전락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주교단을 격려하면서, 『여러분의 활동은 결코 수단으로 간주될 수 없고 그 자체로 목적인 모든 인간 존재에 대한 사목자들의 우려와 관심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가 복음에서 가르친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성 그 자체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저는 말과 기도로써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며 전폭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
치료 복제 규제 완화 등 결정
이번에 국민투표에 부쳐지는 법안은 다음의 4가지 사항의 개정에 대한 요구를 담고 있다.
즉 △인간 배아에 대한 치료복제와 실험에 대한 규제 완화 △인공 수정을 위해 창출되는 배아 수를 3개로 제한하는 것을 완화 △이미 출생한 사람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태아의 권리 부정 △부부 외 제삼자의 인공 수정 참여 금지 규정 완화 등이다.
이 중에서 첫 번째 항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치료용 복제, 즉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이고, 제3항은 낙태 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써 태아에 대한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의도를 담고 있다.
이탈리아 법률에 따르면, 이번 국민투표에 투표권자의 50% 이상이 참여해서 위의 4가지 사항에 대한 개정을 찬성하게 되면 법 개정이 가능해진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카밀로 루이니 추기경은 이와 관련해 이번 국민투표에 기권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더욱 강력한 반대의사의 표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생명윤리 관련법이 제정된 것은 지난해, 「법률 40」이라고 불리는 이 법률은 지난해 제정돼, 유전자 조작 금지와 인공 수정에 반드시 필요한 수 이상의 배아를 창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스타급 연예인-정치인 결탁
그런데, 최근 들어 특수 이익집단들이 일부 정당들과 결탁해 이러한 규제를 완화할 것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전개해 400만명의 서명을 받았고 이를 근거로 관련 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데 성공했다.
그 최전방에 선 것이 이른바 「급진당」(the Radical Party)으로 당수인 마르코 파넬라는 극심한 반가톨릭 인사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 탈레반, 노 바티칸, 국민투표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투표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 공산당이 가세해 온 시내를 붉은 색 포스터들로 가득 채우고 있으며 심지어는 모니카 벨루치와 사브리나 페릴리 등 유명 여배우들이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선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31일 로마 시내의 한 광장에서는 연예인들과 정치가들이 뒤섞여 인간 배아 연구와 실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라는 떠들썩한 모임을 갖기도 했다.
교회, 생명수호에 발벗고 나서
이러한 와중에 이탈리아 가톨릭 교회의 생명수호 노력은 갈수록 돋보이고 있다. 신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을 떠나, 인간 생명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서 기도회와 토론회를 가지면서, 반생명적인 법안을 제안하는 국민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특히 주교단은 의장인 카밀로 루이니 추기경을 중심으로 각 본당에서 생명 수호 모임과 회의를 열고 기도 모임을 개최해 이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윤리신학 전문가인 밀라노 대교구장인 디오니지 테타만지 추기경은 『기권은 현행법을 수호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테타만지 추기경은 또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지 5월 25일자에 기고한 칼럼에서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그리스도인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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