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복제 연구 허용 무산
투표 참가율 26%에 그쳐, 교황도 투표기권 지지
【외신종합】 인간 배아복제 연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놓고 벌어진 이탈리아의 국민투표가 26%의 저조한 참여율을 기록함에 따라 배아복제 연구를 허용하도록 하려는 시도가 무산됐다.
6월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진행된 이번 국민투표는 투표 참여율이 50% 이하가 되면 국민투표 자체가 무효로 처리되도록 규정돼 있어서, 26%라는 저조한 참여율은 국민투표에 부쳐진 안건 자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번 투표는 특히 우리나라의 황우석 교수 연구진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 발표와 미국 의회의 배아 복제 규제 완화 법안 통과 등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격렬한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실시돼 국제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1974년과 1981년 각각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이혼과 낙태가 합법화됨으로써 교황청과 가톨릭 교회의 영향력과 도덕적 권위가 실추됐었던 것과 비교해볼 때, 이번 국민투표에서 승리한 것은 그만큼 생명공학의 윤리적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이번 국민투표는 각국에서 치료용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라는 생명과학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생명윤리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예가 되고 있다.
법 내용과 개정 요구
이번 투표에서 개정이 요구됐던 법은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된 「인공수정 제한법」으로, 이 법은 인공수정을 위해 채취되는 난자 수를 3개로 제한했고, 시험관에서 정자와 합쳐진 수정란 3개는 한꺼번에 자궁에 이식돼야 한다.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냉동시킬 수도 없고, 배아 연구에 대한 금지는 말할 것도 없다.
또 인공 수정은 남녀로 구성된 「정상 부부」에게만 허용됐고, 제3자가 정자나 난자를 기증하지 못한다. 유전자 이상 여부 확인을 위한 수정란 검사도 금지됐다.
이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요구한 측에서는 4가지, 즉 배아 복제 및 실험 규제 완화, 배아 수 제한 완화, 태아의 권리 부정, 제3자의 인공 수정 참여 금지 완화 등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회의 생명 수호 의지
이전의 두 차례 국민투표에서 낙태와 이혼이 합법화되는 패배를 겪었던 이탈리아의 가톨릭 교회와 교황청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총체적인 법 수호 운동을 펼쳤다.
이탈리아 주교단은 국민투표 자체가 반생명적인, 무의미한 행위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투표 보이콧을 선언하고 모든 신자들에게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호소했고,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러한 이탈리아 주교단의 뜻을 적극 지지했다.
특히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6일 『가톨릭 가정들은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을 확고하게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최근 2주 동안에 4번이나 투표 보이콧 찬성 입장을 표시했다.
이러한 교회 지도층의 적극적인 대응과 호소에 힘입어 이탈리아의 유권자들은 일제히 국민투표 보이콧 운동에 참여했고, 각 성당에서는 많은 신자들, 특히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서 기도회와 토론회 등을 가지면서 개정 요구의 부당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투표 거부를 다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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