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정보 그릇된 판단 많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와 영상매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를 통해 어젯밤 사이 일어난 일들을 접하고, 조간 신문에서 놓친 부분은 다시 전철역 부근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신문을 통해서 채워 넣는다. 전철과 버스 내부에 눈 가는 곳은 온갖 종류의 광고물로 뒤덮여 있고, 거리에서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보를 접해야 한다. 역사의 대합실과 은행 창구에는 물론이고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도 TV와 비디오가 설치되어 있다. 인터넷과 휴대용 통신기기를 이용한 정보전달이 일상생활 안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지 이미 오래고, 이제는 휴대용 TV까지 등장하는 시대이니, 우리는 잠깐의 쉬는 틈에도 영상매체에 눈과 귀를 기울여야 하나보다.
단순한 정보의 공유뿐만 아니라 심도 있는 전문지식의 전달, 그리고 오락의 기능을 가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활자.영상매체의 순기능을 간과할 수는 없다. 허나 문제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가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한 것인지, 어느 정도 왜곡된 것인지 가려내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는 데 있다. 다른 표현을 빌리자면, 조작된 정보를 통해, 사실과는 다른 그릇된 판단을 내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세계에 들어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 그의 메시지를 따르게 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스런 일이지만, 실제로는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지난 해 혼전동거를 다룬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방영된 적이 있었다. 주인공들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고, 인터넷에는 관련 카페까지 등장하고, 드라마 속 실제 인물을 찾는 등 법석을 떨었다. 혼전동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많은 진보적인(?) 목소리 앞에서, 이런 대세에 따르지 않는 부류는 고리타분하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뒤떨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불륜이나 청소년 탈선과 같은 주제도 멋있는 배경에서 선남선녀들이 열연을 하고 그럴듯한 이미지로 포장되면 그 부도덕성에 대한 비난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얼마 전에는 중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들이 아기를 갖게 되는 상황을 선택하고 이를 미화한 영화까지 있었다.
왜곡된 내용과 사상을 그럴듯하게 전달하는데 있어서 이미지(포장)의 위력은 대단하다. 때로는 우리의 가치기준을 아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안락사, 즉 인간적인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여성의 권위신장이 낙태의 합법화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재테크 건강 미용 음식 등이 현대사회에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등 모두는 각자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들어야 할 진정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한번쯤 이 모든 것을 멀리하고 눈을 감을 필요가 있다. 조용한 가운데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라는 주님의 말씀으로 돌아갈 때인 것 같다.
조수정(소피아·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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