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정복된 듯 찬양 일변도
황우석 박사의 일방적 견해 과도하게 대변
생명윤리·기술적 위험성 지적 비판 소홀
『생명과학 혁명이 일어났다!』 『황우석 또 세계를 놀래키다』 『줄기세포혁명에 힘 실어줘야』 『난치병 치료에 새 장 열어』 『神의 손 황우석, 질병 고통에서 인간 해방』 『神의 기술을 복제하기까지…』 『神 기술 도전하는 황금 트리오』 『세계 의학계 「노벨상감」』….
지난 5월 20일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국내 신문지면에 도배된 관련 기사들의 제목이다.
흡사 당장 내일이라도 인류의 모든 난치병과 불치병들이 정복되기라도 하는 양 일제히 국내언론은 황우석 교수의 연구 성과에 입을 모아 찬탄을 금지 못했다. 수 년 동안에 걸쳐 그렇게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배아 복제 연구가 지닌 또 다른 측면, 즉 윤리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이러한 열광적 보도 태도에 대해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6월 4일자로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해 황우석 교수가 인간배아 복제에 처음 성공했을 때 쏟아져 나왔던 찬반양론 가운데 생명윤리와 기술적 위험성을 문제 삼았던 정도의 비판이나 문제 제기마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의아해했다.
1997년 10월부터 2003년 4월까지 「배아 복제」를 다룬 신문기사 분석을 시도한 한 논문에서는, 9개 중앙 일간지가 보도한 674개의 관련 기사를 분석하고 국내 언론의 보도가 △과학기술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논쟁의 마당을 제공하지 못했다 △특정 집단의 이익이 아닌 공익성을 확보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은 국내 신문이 배아 복제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유명 과학자의 일방적 견해를 과도하게 대변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봉쇄하고,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더욱 편향적인 보도 태도를 보였다. 특히 2004년 2월 황우석 박사의 첫 번째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 발표에 이어, 지난 5월 20일 두 번째 연구 결과 발표 보도에 이르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의 편향된 보도 방향을 드러내고 있다.
5월 20일부터 6월 13일까지, 한국언론재단의 종합뉴스검색서비스(www.kinds.or.kr)에서 검색한 바에 의하면, 경향 국민 내일 동아 문화 서울 세계 조선 한겨레 한국 등 총 9개 일간지 기사 중 제목 및 내용에 「배아 복제」라는 단어를 포함한 기사는 모두 193개. 하지만 이 중에서 생명윤리 측면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기사는 32개로 전체 기사의 16.5%에 불과했다.
나머지 161개 기사들이 보여주는 시각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난치병 환자 치료를 위한 획기적 방법이고, 미래 경제 발전에 있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첨단 산업이며, 그 전제는 『배아는 단순한 세포덩어리』이다. 따라서, 이를 반대하는 일부 종교 세력들은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과학의 정당한 발전을 가로막는 근본주의자들이다.
이러한 보도 방향이 보여준 효과는 막강했다. 「국보급 과학자」 황우석 박사는 이미 충분히 공급받고 있던 정부로부터의 더욱 막대한 지원을 거리낌 없이 받을 수 있게 됐고, 민간 부문으로부터의 각종 혜택과 지원을 입맛대로 고를 정도가 됐다.
국민들의 지지와 찬양은 「난세의 영웅」을 만난 듯했고 그에 반대하는 세력은 누구가 되든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공격의 대상이 됐다. 황우석 교수 연구진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난치, 불치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간절한 심정을 십분 활용해 효과적으로 연구 성과를 과대포장하고, 이렇게 포장된 연구 성과는 언론을 통해 더욱 확대됐다. 이제 배아가 생명이냐 아니냐, 배아 연구가 질병 치료의 유일한 대안인가 하는 물음은 「발목 잡기」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한 의견은 이해 관계와 신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아직 법적 이념적 입장 정리가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인간 배아 복제에 대한 논쟁은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안이다.
문제는, 일반 국민들이 배아 복제에 대해 알게 되는 거의 모든 것은 언론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인간 배아 복제」라는 주제가 일상적인 것이 아니어서 이웃 간의 논의가 활발할 수 없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언론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을 통해 배아 복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가치 판단 역시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즉, 보도의 방향에 따라서 독자나 시청자들은 배아 복제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하는 경향을 띤다.
결국, 언론에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찬양일변도로 보도할 때, 수용자들은 배아 복제 연구를 지지하는 경향을 갖게 되고, 반대로, 연구의 비윤리적 측면이 강조될 때에는 연구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황우석 박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많은 범국민적인 지지는 언론의 기여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회복할 때, 문제의 본질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여기에서도 언론의 역할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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