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소장=조규만 신부)와 가톨릭학교교육포럼(대표=최준규 신부)은 6월 11일 서울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가톨릭학교 종교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톨릭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종교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방법,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에는 교육행정가, 학부모 등 200여명이 참석, 학교 내 종교교육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3개의 소주제별로 발제와 토론이 이뤄진 심포지엄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 가톨릭학교 종교교육 - 최준규 신부(가톨릭대)
“교육시스템 영성화로 전인 교육 이뤄야”
학내 종교교육에 관한 최근의 논란은 크게 보면 학생, 종교계 사학법인, 그리고 교육당국 등 3개 교육주체의 권리와 책임의 상충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종교의 자유와 종교교육 사이의 갈등 및 교육의 종교적 중립성과 건학이념과 관련된 법률적 개념, 종교교육에 있어 내용과 목적이 모호한 개념적 개념, 종교교과·교과서·종교교사와 관련된 실천적 개념에 있어 마찰을 빚고 있다.
종교교육의 정의를 내려 본다면, 종교교육이란 말 그대로 「종교적 진리」를 습득하게 만드는 「교육」이다. 그것은 「종교적 진리」인 종교현상과 초자연적 진리를 「교육」하는 것에 대해 다루는 분야이다. 「무엇」에 해당하는 교육의 내용이 종교적 진리라면, 교육은 이 진리를 「어떻게」 가르치는가에 관한 논의이다. 종교교육은 종교적 진리를 위한 교육학, 혹은 종교적 진리에 대한 교육학이다.
가톨릭학교가 종교교육을 하는 이유는 가톨릭학교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하면, 종교교육은 가톨릭학교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에 충실하고 또 세상과 인간을 향한 자신의 사명을 다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정체성과 사명은 궁극적으로 종교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Gravissimum Educa tionis)과 「교회헌장」(Lumen Gentium), 가톨릭교육성의 「학교 내의 가톨릭 평신도」 등의 문헌들은 가톨릭학교가 수행하는 종교교육의 목적을 인식의 통합.신앙과 이성의 대화.도덕적 관심.신학적 전망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한 뚜렷한 개념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이러한 종교교육의 개념과 목적 등에 충실한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뚜렷한 종교교육 목표 설정 ▲교육주체의 욕구에 부합 ▲청소년의 환경 이해 ▲공감의 교육 ▲종교교육을 위한 지원체제 구축 ▲종교교사 양성 등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종교교육은 교육의 영성화(spiritu alization of education)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종교교육은 기존의 교육 시스템 안에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통전적 인간존재의 의미를 영성적으로 회복시키는 교육적 시도이기 때문이다. 즉, 교육의 패러다임과 교육 시스템을 영성적 패러다임으로 새롭게 변환시켜, 이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서 인간관, 교육목표, 교과과정, 교육방법, 학교의 기능 등을 영성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 이것을 일컬어 교육의 영성화라고 말할 수 있다.
종교교육을 영성적으로 이해하는 관점은 세 가지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 첫째는 종교라는 용어가 주는 특정 종교 내지는 종파에 대한 호교론적인 인상을 피할 수 있고, 둘째는 종교교육의 목적이 전인교육이라면, 육체와 정신과 영혼이라는 인간의 본질이 타인, 세계, 신과 넘나드는 초월적인 측면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종교교육의 개념을 잘 드러낼 수 있으며, 셋째는 종교교육에서 추구하는 종교적 진리, 즉 수용, 관용, 용서, 사랑, 자비, 인내 같은 가치들이 하나의 교과를 통해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과 내 활동이나 교과 외 활동 등 모든 학교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게 하는 작업을 돕는 실천적 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 종교교육 현황 - 김율옥 수녀(성심여고).김경이 교수(가톨릭대)
“종교교사 교육지원 미흡”
2005년 현재 특수학교를 제외한 전국의 가톨릭 중등학교는 중학교 27개교, 고등학교 36개교 총 63개교이다. 조사대상은 63개 학교의 종교교사(전체), 일반교과담당 교사(학교별 10명), 학부모(학교별 10명), 행정가(학교별 2명), 학생(학교별 90명)이다.
조사결과 종교교육에 해당하는 교과목을 운영하는 중.고등학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으며 대부분 주당 수업시간은 1~2시간이었다. 또 학교 단위의 종교교육의 방향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기초한 종교교육」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종교교육에 대한 이해부문이다. 「종교교육이 신앙과 문화를 통합하는 중요한 도구이다」라는 진술문에 대해 대부분의 종교교사와 일반교사, 학부모, 행정가 등이 「그렇다」라고 응답함으로써 가톨릭학교에 있어 종교교육은 꼭 필요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종교자유 보장과 관련해 논쟁의 불씨가 됐던 학생들의 종교 활동 의무 참여 부분을 종교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대체로 자율적인 참여에 의견이 모아졌다.
한편 가톨릭학교 종교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종교교육 필요 요소의 실현 현황에 대해서는 종교교사의 경우 「교회의 지원」 및 「교사 및 교사교육」이 낮은 수치로 나타났으며 일반 교과의 교사들도 「교사 및 교사 교육」의 수준이 가장 낮다고 응답했다.
가톨릭학교가 그리스도적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과로서의 「종교」 그리고 「종교」 과목을 담당하는 종교교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가톨릭학교 종교교육을 알기 위해서는 종교교육과 관련된 전체적인 사항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숲 전체를 정교하게 기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계의 극복은 계속되는 연구와 발표 기회를 통해서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 본 연구의 한계는 종교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활동과 본 조사 결과를 비교하거나 연관을 지움으로써 보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종교교육 사례 - 박비오 신부(대구 대건고)
“가톨릭적인 교사 양성이 학교·학생에 긍정적 영향”
대구대교구는 12개의 중등학교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근래에 두 개의 학교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대건고등학교는 대구시 인성 시범학교로 지정되어 전국에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였고, 대구가톨릭대학교 부설 무학고등학교는 전국 최초로 졸업생 전원을 4년제 대학에 진학시키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교사들의 헌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성공적인 학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들 학교에서 발견되는 특징은 학교의 교직원 70% 이상이 가톨릭 신앙인이라는 점과 가톨릭학교에서 헌신하고 있는 성직자와 수도자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은 대구대교구도 이와 같은 쇄신의 길을 걸은 것이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는다. 중등학교를 12개나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건학이념 구현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러다 청소년 사목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대주교님께서 내린 용단으로, 일선 학교에 젊은 사제가 평교사로 파견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일선 학교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학교 쇄신은 교사들의 헌신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법인에서는 「가톨릭적인 교사」를 양성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교사를 「가톨릭적인 교사」라고 부를 수 있는가? 가톨릭 학교의 설립이념을 구현하는 교사가 바로 가톨릭적인 교사이다. 가톨릭 학교의 설립이념은 예수님 같은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다. 대구대교구는 이를 위하여 두 가지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첫째, 법인차원에서는 교사 및 직원 연수, 그리고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무회의 전(前) 성서읽기를 실시한다. 둘째, 교구 차원에서는 가톨릭 교직자의 날, 학교별 소공동체 모임, 본당별 소공동체 모임, 가톨릭 학생회 지도교사 피정, 그리고 교구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빛」 등을 통하여 가톨릭 교육을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가톨릭적인 교사」 양성이 학교와 학생들에게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다양한 체험과 토론활동 중심의 인성교육 활성화 ▲학생들의 학업 성적 향상 ▲학부모들의 학교 선호도 및 신뢰도에 기여 ▲기본생활 예절의 습관화 ▲미사 참여시 학생들의 적극적 태도 ▲동창회에 나오는 동문들의 가톨릭 신자 비율 급증 등이다.
대구대교구는 현재 「가톨릭적인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은 「가톨릭적인 교사」만이 가톨릭 학교의 설립취지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대교구는 「가톨릭적인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가톨릭 종교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고, 「가톨릭 종교교육」은 학생들의 인성함양 뿐 아니라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이런 이유로 대구대교구는 오늘도 교직원 전체를 「가톨릭적인 교사」로 양성하고자 각종 연수를 주관하며 교사들의 소공동체 모임을 권장하고 있다. 학교 쇄신은 교사들의 헌신 없이는 불가능하고, 교사들의 헌신은 「가톨릭적인 교사」 양성으로서 도출될 수 있으리라 희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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