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고문에도“신앙 버릴 수 없어”
조선인 수부 안드레아 순교
요아킴 티아스 히라야마 죠친(平山常陣)을 선장으로 하는 일본선이 마닐라를 출범하여 대만 근해에 왔을 때, 영국 선에 나포된 사건이 1620년 7월 22일 일어났다. 그 배에는 선원으로 변장한 선교사 베드로 즈니가(P.Zuniga.복자)와 루이스 프로레스(L.Flores.복자)가 타고 금교 중인 일본으로 가는 도중이었다. 선내를 탐색한 결과 서한 2통을 압수하고 두 선교사를 의심하게 되었다. 선교사를 태웠다는 사실이 탄로 나면 선교사는 물론 선장과 선원 모두 사형에 처하게 된다.
한편 이 사실을 알고 도미니코회는 프로레스 신부 구출작전을 세웠다. 전도사 루이스 야키치(彌吉.복자)를 지도자로 하고 기리시탄 수부 4인을 데리고 네델란드 선원을 매수하였다. 겨우 구출하였으나 도망가던 도중, 프로레스 신부와 야키치, 조선인 안드레아 쿠로뵤에(九郞兵衛)와 동료 수부 3인이 체포되어 나가사키 감옥에 투옥되었다.
지도자 야키치는 갖은 고문을 다 당하였다. 물과 술을 섞어 배가 나오도록 마시게 한 다음 복부를 눌러 입 코 귀로부터 핏물이 쏟아지는 고문, 가랑이와 다리에 구멍을 내어 포승줄을 넣어 톱으로 쓰는 고문, 대나무 작살 여러 개를 음부에 꽂아 넣고 뽑았다 넣었다, 거기에 뜨거운 아연 물을 부어 넣는 고문, 총대로 다리 정강이를 부수는 고문, 야키치는 이 전대미문의 고문 중에서도 오직 『예수 마리아』를 부를 뿐이었다.
박해자는 조선인 수부 안드레아와 동료 3인에게 『다만 기리시탄을 버리면 사면해 주겠다』 하였다. 그러나 이 로자리오 회원들은 『우리주의 은총 없이 살아있는 것보다는 주님을 위해서 죽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세례로써 받은 신앙을 결코 버릴 수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박해자는 사형에 처하라고 격노하였다.
즈니가와 프로레스 두 신부와 히라야마 선장, 선원들은 1622년 8월 19일, 선교사 구출 작전을 한 야키치와 조선인 안드레아 코레아와 그 동료들은 10월 2일 모두 니시사카 에서 순교하였다.
조선인 아녜스 추방
히라야마 사건으로 프로레스 신부가 1622년 8월 19일 니시사카에서 순교하자 아녜스 코라이는 신부의 유체를 처형장에서 찾아 모셔와 자기 집의 정원에 안장하였다. 1623년 성주간에 나가사키는 실로 엄중한 가택수사가 행해졌다. 성주간이 막 끝난 날, 아녜스 코라이는 바스케스 신부와 함께 프로레스 신부의 유해를 산중의 인적 없는 동굴로 옮기다가 병졸에게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이 사건으로 바스케스 신부는 투옥되었고 조선인 아녜스는 딸 마리아와 함께 마카오로 추방되었다.
조선인 아녜스는 마카오에 사는 포르투갈인 요안 오리베이라 베르호(북 인도 함대사령관)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선교사들을 원조하기 위하여 몇 번이나 생명이 달린 위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도미니코회 선교사들의 후원자였고 그들을 박해자의 손에서 구출해 내기도 여러 번이었다.
박양자 수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오륜대 한국순교자기념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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